귀여우면 가져야지..
타미 앞에 모건이 대사지만. 내가 타미가 될 수 없을뿐더러 모건 같은 귀여운 커다란 남자는 만나기 힘들다. 판타지를 소비하는 건 드라마 보는 내 자유라지만. 가끔씩 액정에 비친 멍청이처럼 웃고 있는 기름진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 귀여울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장점이다. 근데 그거 아는가. 사람은 누구라도 어떤 사람한테는 귀여울 수 있다는 거다. 어려서는 귀엽다는 말이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예쁘다고 해주기는 애매하니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뭐 이런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고 보니 귀엽다는 말은 좀 더 살아본 사람이 자신이 지나온 어떤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할 수 있는 말이더라.
일하면서 메일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사업자를 내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는 통상 '실장님'이나 전직 회사 직급이었던 '과장님'으로 통할 때가 많다. 여러 사람들과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사람마다 특징이 있고 메일 쓰는 것만 봐도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직장인 대상으로 메일 쓰는 강의도 있지 않는가. 최근에 같이 일하기 시작한 젊은 대리는 메일에서 굉장히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싶은 느낌이 난다. 느낌이라고 한 건 일을 못하는데 일을 잘하는 척한다는 뜻이 아니고 뭐든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고 완벽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시기지만 2%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걸 들키지 않게 고군분투하는 시기니까.
메일은 간결하고 사무적인데 나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디자이너님'이라고 꼬박꼬박 붙여 보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회사 이름 뒤에 '귀하'라는 말을 붙여서 나를 웃게 만들었다. 짧지만 얼마나 한 자 한 자 쓸 때마다 고민하고 고심했을지 눈에 보이는 메일이어서 웃음이 나버렸다. 귀엽다. 바로 이런 게 귀여운 거다. 아마 본인은 모르겠지. 본인이 얼마나 귀여운지. 후훗.
20대 때는 귀엽다는 말을 그렇게 듣기 싫어했는데 지금은 누구라도 나를 귀엽다고 해주면 좋겠네.
- 사진출처 : photo by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w'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