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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Jan 28. 2021

글은 전문가만 쓰는 건가요?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좋아하니까 브런치에 이런저런 글들을 써재끼는 거겠지.

한 때는 작가를 꿈꾸기도 했고 먹고 살기 급급해 전혀 다른 길로 갔고 지금도 미련은 남지만 나는 그저 나에 대한 글을 쓰는 게 좋을 뿐이다. 아마 브런치 작가들 대부분 글에 대한 미련이 있거나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들 아닌가?


얼마 전 넷플릭스 스토리텔러에 뽑혔다.

브런치에서 하는 이벤트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안 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뽑혔다는 메일 받으니까 기분은 좋더라. 그저 넷플릭스 몇 개월 이용권 주는 가보다 했더니..

웬걸 심지어 아이패드 미니도 준다더라. 친절하게 활동 안 해도 이미 준 상품은 뺏지 않겠다는 문구도 있더라.


이용권 먼저 왔길래 내가 쓰는 스탠더드로 등록하니.. 6개월 사용할 수 있었다.

웬 떡인가. 마침, 1월 달로 딱 끊기는 타이밍이었는데.. 아이패드 미니가 있으면 전자책도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겠지. (어디 전자책만 읽겠어. 할 수 있는 게 더 많겠지.) 암튼... 새해부터 기분 좋은 일이 나한테도 있긴 있구나 싶었는데. 오늘 우연히 누군가의 댓글을 읽고.. 모처럼.. 웃음이 났다.


글 쓰는 사람들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공모전도 많이 올라온다. 누군가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공모전도 올린 모양이다. 그 밑에 달려 있는 댓글들이 가관이더라.

그중에 하나가 "우리 같은 전문가들은 고료를 받고 정당하게 글을 쓰자"는 글이 달려 있었다. 대부분 댓글들이 넷플릭스 같은 대기업이 꼴랑 아이패드와 이용권 뿌려서 글 쓰는 알바생들 고용하는 것처럼 쓰여있더라.


뭐, 보는 시점에 따라선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내가 한참 웃었던 건 바로 저 위에 댓글이었다.

'우리 같은 전문가들은'이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우리 같은'이라는 말로 여기에 있는 우리들은 전문가고 이런 곳에 응모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비전문가라고 울타리를 쳐서 나눠버렸다. 글 쓰는 사람들은 원래 이런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건가?


기성작가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기성작가라 해도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해서 남의 글을 비웃을 권리는 없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저 커뮤니티에는 기성작가들만 가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이 분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 '고료를 받고 정당하게 글을 쓰자'는 말은 여기엔 맞지 않는다.


당신이 얘기한 '우리 같은' 전문가들에게 글을 쓰게 하려 했다면 이런 콜라보를 진행하지 않았겠지. 전문 작가들에게 고료를 지불하고 넷플릭스 콘텐츠를 써달라고 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글은 전문가들만 쓰는 게 아니다. 브런치에는 글 잘 쓰는 비전문가, 아마추어들이 많다. 그들만의 언어와 시각으로 다양한 글을 쓰는 사람들 말이다. 아마도 그런 글들을 원했기 때문에 진행했을 거고 그렇다면 그들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런 댓글로 조롱을 받을 필요도 없다. 게다가 요즘은 글 쓰는 일에 있어서 점점 더 전문가, 비전문가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나 역시 작년 말에 처음으로 글을 써서 창작 지원금이라는 걸 받아 봤다. 뭐, 이후의 성과에 대해서는 실패라 할 수 있어할 말은 없지만.. 플롯을 제대로 짜지도 않고 들어갔던 글을 가능성만 보고 삼십만 원이라는 돈을 준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그런 작은 성과들은 적어도 나 같은 비전문가들(굳이 나누고 싶다면)에게는 또 다른 글을 쓸 수 있는 동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내 글에 고료를 받지 않아도 넷플릭스 6개월 이용권과 아이패드 미니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해진 개수만큼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네이버 블로그처럼 천편일률적인 홍보글을 쓰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영화를 보고 어떤 글을 써도 오케이다. 원래도 영화 리뷰를 쓰기 좋아했던 사람인데 뭐 어떤가.


그러니까 전문가들은 고료를 정당하게 받고 쓸 수 있는 글들을 쓰면 된다. 어설픈 전문가들이 이런 응모까지 올려두고 비웃을 필요는 없지 않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 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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