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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May 15. 2023

세상엔 없던 아담을 아시나요?

버추얼 아이돌 

숏폼 콘텐츠에 중독되면 답도 없다. 잠들기 전 한두 시간은 숏폼 영상 보느라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으로 스크롤 올리기 일쑤다. 숏폼 콘텐츠 중독은 결과적으론 책은 물론이고 긴 영상을 진득하게 보기 힘들게 만들고 심지어 영화도 리뷰 영상으로 대체해 버린다.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길티 플레저.


대부분 보는 건 아이돌 혹은 동물 영상, 웃짤, 밈짤 등이다. 어느 날 스크롤 내리다가 아래의 숏폼 영상을 봤다. 계속 보게 된 건 순간적으로 얘들이 진짜 만화인지 아닌지 판단이 되지 않아서였다. 이 음악은 한 때 챌린지로 유명한 곡이었고 아이돌도 꽤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얘들이 아이돌이란다. 응??

처음 영상 보고 은발머리가 제일 눈이 갔다. 내 취향 캐릭터여서. 근데 찾아보고서 최애가 바뀌었다. 그 얘긴 나중에 하고.


나는 이미 인공지능 아이돌이라면 알고 있었다. 메이브, 슈퍼카인드. 

여기서 잠깐!

메이브는 누구고, 슈퍼카인드는 누구냐.

몰라도 사는데 하나도 지장 없다. 챗GPT나 빙, 바드 같은 거 몰라도 되는 것처럼....

근데 궁금하잖아. 알고 싶잖아. AI, SF, 메타버스... 이런 거 환장하면 알고 싶잖아. 나처럼.


메이브는 완전한 인공지능 여자 아이돌이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현실에 없는 존재들이다. 

얼핏 보면 사람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고,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예 신인 여돌아닌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인공지능 아이돌이다. 메이브는 사실 많이 안 찾아봐서 모르겠는데 노래도 좋은 데다가 이미 음방에도 2번이나 출연해서 인지도가 꽤 많다. 

위의 사진 속에서 진짜 사람과 가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합격!(뭘 어쩌라고?) 

사진은 슈퍼카인드라는 인간과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버추얼 휴먼이 함께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하지만 실제 사람과 함께 활동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100%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보이진 않는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가운데 앉아있는 보라색 머리가 AI 멤버다. 


처음 슈퍼카인드를 보고서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찾아봤었다. 물론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기술이 언제 이렇게 발전됐나 싶어서 놀랍기만 했다. 근데 인간과 함께 활동하다 보니 '불쾌한 골짜기'를 더 잘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질적인데 굉장히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뭐 그런.


버추얼 휴먼이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 아마도 '불쾌한 골짜기' 즉, 인간을 너무 닮아서 호감을 느끼기 힘든 그 부분이지 않을까. 댓글엔 주로 "세상을 너무 오래 살았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등등의 글이 달리기도 한다. 


지금은 비록 불쾌한 골짜기를 건너고 있지만 로봇이든, 버추얼 휴먼이든 끊임없이 개발될 것이고 멀지 않은 미래엔 너무 자연스럽게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걸 받아들이는 데 불쾌한 골짜기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 원체 그런 것에 궁금증이 더 많고 한 번 꽂히면 미친 듯 찾아보는 편인 데다가 아이돌 금사빠라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내 글을 다 읽은 사람은 알 테지만, 나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이돌 좋아한다니까. 심지어 난 슈퍼카인드 '승'도 좋아했다. (가운데 아래 앉아있는 AI 멤버. 맨날 막대 사탕만 빨고 교복만 입고 있어 불쌍할 지경이었지. 지금은 달라졌으려나.)


암튼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던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서 위의 챌린지 영상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얘네가 버추얼 아이돌이라니. 심지어 얘들은 웹툰 느낌의 2D 캐릭터다. 나는 그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불쾌한 골짜기를 최소화시켜 줬기 때문이다. 


결국 이 '플레이브'라는 웹툰 2D 버추얼 아이돌을 찾아보게 되었고 노래가 좋아서 영상까지 다 찾아보게 되었다. 

https://youtu.be/T_gJpnjJsnk

싱글 앨범을 냈는데 무려 MBC 음악 방송에 출연했다. 메이브에 이어 두 번째 버추얼 아이돌의 출연이었다. 알고 봤더니 플레이브를 만든 회사가 MBC 자회사 벤처기업인 블래스트란 곳에서 만들었더라. 게임 엔진과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섬세한 동작, 표정 등이 다 된다.  


음악방송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방송국과 합작한다고 한다. 무대 디자인을 따로 만들면 그 안에 버추얼 아이돌을 입히는 과정이 있는데 이때 무대 디자인은 조명, 톤, 모두 음방에 맞춰서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음방에 자주 출연 못하는 이유가 있구나.


플레이브가 위의 두 그룹과 차별화되는 것은 AI가 아닌 사람이 그 뒤에 있다는 거다. 실제 사람한테 캐릭터를 입혀서 만든다. 그러니까 사실 키는 실제와 비슷할 거고, 목소리나 개성들도 다 본체와 동일하다는 거다. 5명으로 이뤄진 이 그룹은 어떤 아이돌 연습생들을 모아놨는지 모두 출중한 노래 실력과 작사, 작곡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싱글앨범에 있는 2곡 모두 멤버들이 만들고 안무도 직접 짰다는데 다 좋다. 진짜 아이돌 연습생이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런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데뷔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버추얼 아이돌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까, 아니면 또 하나의 기회였을까. 


이 과정에서 내가 알기론 모션캡처로 입혀서 하지 않나 싶은데... 그렇다면 위의 쫄쫄이를 입고 춤추고 활동한단 말인가? (제발 누가 아니라고 좀 해줘...;;) 심지어 플레이브는 매주마다 생방송 라이브도 진행한다고... 정말 이 옷 입고 하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현타도 안 오고 그렇게 잘한다고? 박수 짝짝짝. 진정한 아이돌이다. 


플레이브가 좋은 호응을 얻는 것은 아무래도 이런 차별성인데 캐릭터 그대로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거다. 게임 방송, 노래방, 춤 다 해준다. 와우. 신기하다. 타 버추얼 아이돌이 껍데기는 사람과 비슷한데 안은 AI라면 플레이브는 껍데기는 2D라 사람과 다른데 안에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래 라이브 방송 잘 못 본다. 특히 아이돌 라이브 방송은 더더욱. 왜냐면 진정한 덕후가 아닌 것인지 너무 오그라든다. 팬과 아이돌의 관계성에서 주접이 난무하는데 그걸 견딜 수가 없다. ㅋㅋㅋ 사람도 그럴진대 심지어 버추얼 아이돌 라이브 방송을 어떻게 보겠는가 했는데 봤네? 


처음에 썼듯이 외모만 봤을 땐 은발머리가 제일 눈에 갔는데 아래 노래 듣고 바뀌었다. 성량 쫀득하고 청량하고 시원하게 톡 쏘고, 아련하고, 공기반 소리반에 목소리 좋은 얘 누구니? 무슨 커버를 이렇게 잘하나.


https://youtu.be/qchEkwlEZSI

금발 머리 한노아다. 

나이는 22살, 메인 보컬인데 목소리에 락보컬 바이브가 있다. 락밴드 멤버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 목소리 자체가 공기 70%, 치즈 30%인데 목소리가 참 버터 바른 것처럼 좋다. 캐릭터는 금발 미소년 왕자님인데 말만하면 나이에 맞지 않는 능글맞음, 아저씨 바이브로 노르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근데 내가 봐도 22살로는 안 보여......ㅋㅋㅋㅋㅋㅋㅋ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같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헌디. 나한테는 어떻게 해도 애기다. 귀엽다. 


암튼 노아 영상 찾아보다가 스킵하면서 보긴 했어도 생일 라이브 영상까지 봐버렸다. 플레이브 멤버 모두 방송을 잘하는 편이라 재미가 있더라. 근데 MBC 거대 자본 들어간 아이돌인데 후원까지 받는 라이브 방송이라니. 이걸 친근하다고 할지... 


재미있는 건 아이돌마다 세계관과 아이템이 있는 것처럼 플레이브 멤버들 역시 멤버마다 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아는 우선 샤방한 외모답게 웃을 때마다 반짝이가 얼굴 주변에 나타난다. 그야말로 외모가 빛난다. ㅋㅋㅋㅋ 윙크를 하면 하트가 나온다. 너무 하찮은데 그게 노아 캐릭터랑 잘 어울려. 버추얼 아이돌 캐릭터 디자인 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영혼까지 갈리긴 하겠지만...) 근데 저런 라이브 방송도 쫄쫄이 입고 하는 건가. 그러니까 쫄쫄이 모션캡처복 입고 앉아서 하트 날리는 건가.(닥쳐!)


https://youtu.be/TAzLdgcbYJY

노아 생일 방송 때 팬들이 불러달라고 했던 우마 무스메의 '우마뾰이' 

우마 무스메는 내가 출퇴근길에 타고 다니는 버스 창문마다 붙어 있던 홍보 스티커 때문에 알고 있던 캐릭터인데 대체 무슨 애니인가 했더니 이걸 여기서 이렇게 만나네. 찾아봤더니.... 이 무대 역시 모션캡처로 만들어졌다. 대단하다. 모든 기술 뒤엔 사람이 있네. 이쯤 되면 플레이브 멤버들 역시 극한 직업 아닐까 싶은데... 


생각해 보면 예전에 라디오 스타에 류승수 배우가 나와서 자기 꿈이 안 알려지고 부자 되는 거라고 했는데 현타만 안 온다면 얼굴은 안 알려지고 부자가 되는 지름길 아닌가.(물론 잘 된다는 전제 하에)


거슬러 올라가보면 1998년에 사이버가수 아담이 있었다. 아담 활동했었을 때만 해도 엄청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당시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지만 사람이 아닌 사이버가수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었던 거 같다. 그러던 것이 불과 25년 만에 이런 비주얼의 버추얼 아이돌이 나와 사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 노아 생일 방송 때 까마득한 선배님 아담 노래 틀어주던 건 진짜 역사적인 한 장면이었다. 진짜 사이버가수 아담 노래를 들을 줄이야.   


버추얼 아이돌을 싫어할 순 있어도 시대를 거스를 순 없는 법. 

버추얼 아이돌로 만들어질 콘텐츠도 무궁무진하고 플레이브 같은 경우 워낙 2D 웹툰 캐릭터라 실제로 만화를 좋아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도 접근성이 좋다. 그래서 플레이브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우선 노아의 커버곡이 좀 더 올라왔으면 싶다. 


https://youtu.be/QNzyxN_MISQ

노아 노래 플레이리스트


Love me or Leave me나 에너제틱 같은 노래에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보이스라 솔직히 슈퍼밴드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으면 내가 환장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노래 플레이리스트에서 이 두곡은 꼭 찾아 듣자. 라이브 방송 때도 노래 많이 불러주는 데 라이브 때는 노래 컨디션이 조금 흔들릴 때도 있는데 그게 더 인간적이라고 쓰면서도 약간 웃기다. 진짜 인간인데... 캐릭터 뒤집어 썼다고 인간미 얘길 한다는 게 ㅋ 이 글 왜 썼냐고? 이쯤되면 알만도 하지 않나. 플레이브 한노아 영업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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