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엄마와 꼴통 딸의 스페인 여행 5
10월 3일 오후 1시 25분, 이틀 만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 도착했다.
컨디션에 따라 택시를 탈지, 버스를 탈지 정하자 싶었지만 뭐 생각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택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공항 택시 정류장에 줄을 서면 몇 명인지 묻고 2줄로 늘어선 택시로 보낸다. 내가 배정받은 택시 기사가 손을 흔들더니 짐을 트렁크에 실어줬다.
호텔 이름을 말하니 못 알아 들어서 주소를 보여줬다. 잠시 멈춰 서서 주소를 내비에 찍고 갔다.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건데, 어설픈 스페인어 하지 말자. 초보 회화 공부해서 갔는데 간단한 단어 말고 못 알아 들어서 결국 영어 쓰거나 단어만 말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스페인어 발음과 억양이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우선 어떻게 해도 똑같지 않다. 문장 처음에 있는 'R'과 단어 안에 'rr'이 두 번 있을 땐 혀를 천장 위에 대고 어려서 장난칠 때처럼 '르르르'하고 굴려야 하는데 이게 자연스럽게 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언어는 기세라던데 나한테 그런 기세가 있을 리가.
처음 묵은 숙소는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 바로 앞에 있는 람블라스 거리 안에 있었다. '호스텔 오페라람블라스'로 2성급 호텔이지만 하룻밤 묵기엔 괜찮은 곳이다. 체크인하면서 바로 내일 아침 7시에 택시 불러달라고 했다. 어찌 된 셈인지 스페인에서 자주 사용하는 택시 어플 '프리나우'나 다른 어플조차 문자 인증이 되지 않아 깔아놓고도 사용하지 못했다. 간신히 우버만 됐는데 우버는 스페인에선 안된다는 후기도 봐서 정 방법이 없을 때 해 볼 생각이었다. 근데 대부분은 호텔 앞에서 택시 잡아 타고 다니거나, 호텔에 불러달라고 했고 대중교통도 이용하고 걸어 다녔기 때문에 택시 어플은 딱히 필요하지 않더라. 또 실제 와보니 스페인에 심심치 않게 우버 택시도 보이더라.
호텔은 정말 딱 있을 것만 있는 트윈룸이었다. 유럽 호텔에선 슬리퍼를 따로 주지 않는다. 미리 챙겨 온 슬리퍼로 비행기와 숙소에서 잘 썼다. 다이소에서 헝겊으로 된 슬리퍼를 팔아서 가방 아무 데나 구겨 넣어서 오기도 편했다.
이 호텔엔 조식 서비스도 없고, 무려 냉장고도 없다. 한 여름에 올 사람은 생각을 잘해야 할 듯. 물론 에어컨은 잘 된다. 어메니티라는 것도 별로 없어서 샴푸랑 바디 한꺼번에 되는 것 한 개, 헤어 컨디셔너 한 개가 전부였다. 헤어 컨디셔너는 왜 있나 했더니 샴푸만 해서는 머리카락이 뻣뻣한 빗자루가 된다. 허허.
예민한 분들은 사용하던 제품 들고 오는 게 제일 낫다. 어떤 분들은 샤워기 헤드까지 갖고 와 바꿔서 쓰던데 나는 전혀 상관없어서 되는대로 썼다.
스페인은 숙소 비용이 비싸다. 이런 2성급 호텔도 20만 원 가까이 된다. 내가 비쌀 때 비교도 제대로 안 하고 부킹닷컴에서 한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 괜찮은 호텔은 1박에 30~40만 원은 훌쩍 넘는다고 보면 된다.
짐을 풀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해서 호텔에서 쉬다가 나왔다. 이번 여행은 다른 때와 달리 엑셀로 날짜 시간별 여행 계획표를 만들어왔다. 대부분 그대로 했는데 몇 시간 몇 분 몇 초까지 그대로 한 건 아니고 대략 오늘 뭘 할지 보고 움직였다는 뜻이다. 이렇게 짜놓으니 확실히 편했다.(나도 이렇게 J가 되는 걸까? 설마...) 사실 호텔에서 나와 식사하러 가려고 식당까지 알아봤지만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은 데다 차라리 보케리아 시장에 가서 주섬주섬 먹는 게 나을 것 같아 우선 보케리아 시장으로 향했다.
람블라스 거리엔 사람이 정말 많다. 소매치기가 많다는 말에 저절로 메고 있는 가방에 손이 갔다. 이번엔 호텔 금고를 이용했다. 처음 써본 건데 사용하기 쉬워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여권, 여분의 카드, 여분의 현금 등은 다 놓고 다녔다. 보케리아 시장에 갈 때도 엄마는 맨몸으로 나는 앞으로 메는 미토도 크로스백에 핸드폰과 카드와 약간의 현금만 들고 갔다.
미토도 크로스백은 잘 사용했다.(광고 아님) 자물쇠까진 필요 없었지만 핸드폰을 스프링 줄로 이어서 가방과 연결해서 썼는데 신의 한 수였다. 나란 사람은 한 가지 챙기면 한 가지 두고 가는 식인데 핸드폰이 줄로 연결되어 있으니 소매치기뿐만 아니라 내가 관리하기에도 편했다.
다니다 보니 젊은 한국여행객은 다들 에코백이나 배낭들 편하게 메고 왔더라. 나중에 부엘링 항공 이용할 때 앞에 서 있던 한국 젊은애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오히려 너무 중무장하고 오면 눈에 띈다고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던데 속으로 내심 뜨끔했다. 하하. 그래도 하나도 도둑맞지 않고 왔으니 그걸로 됐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보케리아 시장에 들어서면 시각적인 자극이 엄청나다. 형형색색의 각가지 먹거리들이 눈을 황홀하게 한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두리번거리다가 들은 건 있어서 안쪽으로 이동한다.
과일 주스도 엄청 많은데 'No Sugar'라고 쓰인 이곳에서 마시기로 했다. 색상이 너무 예뻐서 멈춰 서게 만든다. 어떤 맛으로 먹을지 고민하다가 엄마는 망고, 나는 코코넛으로 했다.
내가 마신 코코넛 음료는 처음 마실 땐 이게 뭐야 싶었는데 마실 수록 갈증해소에 탁월하다. 하지만 입에 맛있는 건 단연코 망고 쪽이다. 엄마와 나는 갈증이 났던 탓에 자리에서 순식간에 꿀꺽했다.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하몬. 하몬 매장들도 엄청 많다. 돼지 뒷다리 살을 잘라 절여서 만든 이베리코 하몬은 사육 방법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고(사진 속 베요타 Bellota는 야생방목), 사진 오른쪽에 표기된 것처럼 이베리코 다음에 나오는 퍼센트가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그렇게 따지면 사진 속 오른쪽 베요타 등급으로 100% 하몬이 가장 품질이 좋겠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먹어봤냐고? 아니 저런 뒷다리는 그저 구경만 했고 내가 먹은 건 따로 있다.
안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하몬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이 진열된 매장이 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하몬 타코로 먹었다. 맛이 어떨지 몰라 하나만 사서 엄마랑 나눠먹었는데 후회했다. 그냥 하나씩 먹을 걸. 보케리아 시장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하몬은 호텔 조식으로 나온 것 외엔 다신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엄마가 너무 짜고 맛없어했기 때문이다. (ㅠㅠ)
하몬으로 만든 다른 것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맛없어하니 나 혼자 먹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보케리아 시장엔 하몬 말고도 먹거리는 차고 넘친다.
다음은 나랑 엄마 모두 좋아하는 굴. 굴 파는 상점들이 여럿 있는데 미리 보고 왔던 '뭉쳐야 뜬다'에 나왔던 곳은 찾지 못하겠어서 이곳에서 먹었다. 가격은 다 똑같은 것 같다. 4개 먹자는 내 말에 엄마가 3개만 시켜서 나 2개 먹으란다. 주문하면 직접 까서 레몬과 함께 건네준다. 짭조름한 물은 따라 버리고 소스는 입맛대로 쳐서 먹으면 된다. 엄마는 생으로, 나는 타바스코 소스를 쳐서 먹었다.
입안 가득 익숙한 바다 내음과 함께 짭짤하고 달콤한 맛이 났다. 익숙한 굴맛이었고 조금 크다 뿐이지 스페인 지중해 바다에서 건져낸 굴이라고 특별히 다른 맛은 아니었다.
이걸로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시장 안 가게에서 자리 잡고 먹기로 했다. 처음엔 가이드북에 나와 있던 곳으로 갔는데 거기서 일하는 분들 포스가 너무 강해서 앉을 엄두가 안 났다. 그렇다. 나는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들 좋아한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영어도 더 잘 나온다. 진짜다. 나는 무한한 응원과 사랑, 관심 그런 거 좋아한다.(껄껄)
그래서 간 곳이 이곳, 보케리아 시장 안 '보케리아'다. 일 잘하고 상냥한 서버 분이 준 메뉴판을 건네받기는 했는데 금세 머릿속이 하얗다. 그동안 공부해 간 스페인 단어는 물론이고 영어 메뉴판조차 까만 것은 글이요 하얀 것은 백지라는 것만 알겠지 당최 어떤 걸 시켜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스페인 단어만 공부해서 오히려 영어 메뉴판을 보니 어떤 음식인지 모르겠더라. 이렇게 헷갈려하지 않으려면 미리 메뉴판 공부를 좀 해오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그게 아니면 아예 구글 후기 사진들 보여주고 그거랑 같은 거 달라고 하는 게 가장 베스트다.
그나마 눈에 들어왔던 단어가 'patatas bravas 파타타스 브라바스'였다. 스페인 감자튀김에 매콤한 양념을 한 건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케리아 시장까지 와서 저 앞에 싱싱한 해물을 놔두고 감자튀김이라니. 그래도 맛은 있었다. 이건 완전 맥주 안주다.
또 유일하게 알아본 메뉴가 'gambas ajillo 감바스 알하이요'라 이것도 시켰다. 이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맛이었지만 아는 맛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맛있었다. 새우 탱글탱글한 것 봐. 근데 어느 정도 배가 차고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죄다 게, 오징어, 홍합 요리 등 해산물을 시켜 먹더라.
나도 질 수 없어서 생각난 단어가 문어였는데 그게 '뿔뽀(문어)'였는지 '뽀요(닭)'였는지 기억이 안 나 직원 앞에서 계속 입을 '뿌뿌'거렸다. 그냥 영어로 옥토버스라고 하면 될 걸 굳이 스페인어를 써보겠다고 발버둥을 쳤더랬다. 그래도 직원이 철석같이 알아듣고 문어요리를 추천해 줘서 시킬 수 있었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사진 속 저 문어 다리인데 저게 예술이다. 포크로 써니까 너무 부드럽게 썰리는데 맛이 입안에서 그대로 녹는다. 마치 고소한 크림을 먹는 것 같았다. 저 바닥에 붉은 소스가 마치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데 그거 찍어 먹으니까 맛있다. 순백의 고소한 바다의 왕자가 붉은 융단을 사뿐히 지르밟고 내 입으로 안착하는 맛이랄까? 아쉽게도 추천받아 시킨 거라 메뉴 이름도 모른다. 허허.
스페인에서 먹은 음식 중 손에 꼽힐 만큼 맛있었다. 물론 여기서 마신 '띤또 데 베라노'도 베스트였다.
띤또 데 베라노는 레드 와인에 레몬과 탄산을 섞은 음료로 상그리아보다 도수가 세지 않고 음료처럼 맛있게 마실 수 있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나는 상그리아, 엄마는 띤또 데 베라노를 마셨는데 이날 이후로 띤또 데 베라노를 다른 곳에서도 몇 번이나 마셨지만 엄마는 여기서 마신 게 제일 맛있다고 했다.
띤또 데 베라노와 상그리아는 파는 집마다 맛이 다 다르다. 보케리아 띤또 데 베라노는 다른 곳에 비해 좀 더 달달하고 탄산 맛도 적당해서 시원하고 달달한 음료 마시듯 마실 수 있었다. 다른 곳은 와인 맛이 조금 더 강하게 났다.
나는 스페인에 와서 처음 마신 상그리아 때문에 취했다. 상그리아도 맛있었는데 문제는 도수가 꽤 세서 홀짝홀짝 마시다가 취기가 올랐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선 전혀 술도 안 마시고 커피도 디카페인으로 마시던 부정맥 환자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술이 들어가니 예전에 아무리 술을 마셔도 얼굴 하나 변하지 않던 내가 이날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취기가 도니 갑자기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고 여행 온 사실이 확 실감되면서 엄마한테도 "엄마랑 바르셀로나 시장 한 복판에서 이러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너무 행복해." 같은 촉촉한 멘트도 날려주고 꽤 신이 났다.
그렇게 너무 들떠서 그랬을까. 아니면 정신없이 돌아가던 보케리아 점원들이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던 탓일까. 계산을 해달라고 하니 계산서가 나오고 이를 확인하면 카드 계산기를 가져와 계산을 해준다. 처음으로 컨택트리스 카드인 트래블월렛을 써보는 거라 긴장이 됐다. 나는 여기서 뿐만 아니라 여행 내내 컨택트리스를 위에 대는지 가운데 대는지 매번 헷갈려했다.
삑 소리가 나고 내가 다 된 거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나한테 메뉴 추천까지 해주던 싹싹한 직원은 그새 퇴근하고 여기 사장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이 계산을 해준 건데 이분은 다른 손님들과 수다를 떨고 음식 주문을 받고 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아무리 봐도 결제가 된 거 같지 않고 트래블월렛 결제 알람도 오지 않아서 한 번 더 갖다 댔다. 엄마는 두 번 결제되는 거 아니냐고 말렸는데 다시 삑 소리가 나고 끝이다. 계산기에 뭐라고 뜬 거 같은데 다시 계산해 준 분과 눈이 마주치니 다 됐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 난 다 된 건 줄 알고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그날 결제는 되지 않았다. 58유로가 나왔는데 두 번이나 댔던 카드 결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식당들을 다녀보며 내린 결론은 둘 중에 하나다. 비밀번호를 입력했어야 했던지 아니면 유로나 달러 둘 중에 선택하는 거였다.
본의 아니게 먹튀를 했다. 말 그대로 먹고 튄 셈이 되었는데 솔직히 억울하다. 두 번이나 물어봤는데도 계산기를 확인하지 않은 채 알았다고 내보낸 가게 잘못이다. 그날 5년 만에 다시 왔다는 다른 손님을 너무 반가워하며 대화하느라 나한테까지 미처 신경을 못 쓴 거 같은데 나도 5년 만에 다시 가서 능숙해진 스페인어로 5년 전에 본의 아니게 먹튀 했는데 그날 것까지 계산하고 가겠다며 통 크게 쓰고 싶다. 그때까지 보케리아도 그대로이길, 나는 더욱 돈 잘 벌어서 성공하길!
보케리아 시장에서 위로 올라가면 카탈루냐 광장이 있다. 스페인 여행자라면 이 광장과 람블라스 거리는 몇 번이고 지나쳐 다닐 수밖에 없다. 2층 시티투어 버스나 공항버스, 메트로 등 이 광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게다가 스페인의 모든 비둘기는 이곳에 있는 것 같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앉아 쉬었지만 여전히 얼굴이 붉어진 채로 람블라스 거리를 걸어 내려왔다. 저녁시간이 되니 거리에 늘어선 식당들마다 호객 행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약간 명동 거리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난다. 하하.
걸어서 쭉 내려가면 콜럼버스 동상이 나온다. 스페인 여행자라면 '가우디'와 함께 계속 들리는 이름이다.
스페인이 무적함대라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뽐내던 그때, 스페인 여왕의 후원으로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던 콜럼버스는 이곳에 동상이 세워져 서쪽을 가리키고 있다. 높이가 무려 80m가 넘는 어마어마한 높이라 한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안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있다는데 정작 안에 올라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대신 포트벨 항구까지 내려와 발 아픈 엄마 때문에 해안 산책로는 포기하고 바다를 보며 항구 한쪽 계단에 앉았다. 유람선을 띄운 채 아직 시간이 안 돼서 인지 관광객들에게 연신 타라며 호객을 한다. 하늘엔 비행기가 날며 그린 긴 꼬리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수놓아져 있다.
날씨가 조금 덥지만 맑아서 다행이었다. 왕복으로 오가는 케이블카 구경도 하며 앉아있으니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옆에 앉은 커플은 생일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약간의 언성을 높이며 싸움을 하고 있다. 남 커플 얘기에 귀를 쫑긋 한건 스페인어로 말하고 있어서였는데 그래도 조금 공부해 왔다고 생일 때문에 싸움이 난 건 알 것 같더라. 후훗.
숙소까지 다시 걸어가는 길에는 젤라또의 힘으로! 이상하게 스페인에 와서 아이스크림 복이 없었는데 유명한 곳에 가서 일부러 먹은 것보다 이번처럼 오다가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은 적이 더 많다. 이 가게도 작은 구멍가게로 먹고 싶을 때 눈에 띄어서 간 거라 딸기 맛으로 골랐는데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보케리아 시장에서 나와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유명한 미슐랭 아이스크림 집 'Rocambolesc 로캄보레스크'에 갔는데 하필 휴무였다. 다시 올 줄 알았지만 이 집은 다시 못 갔다. 심지어 다시 갈 생각도 안 났다. 매일 매일이 너무 바쁘고 정신없었던 거 같다. 왜 바르셀로나에만 일주일을 있어도 충분하다고 했는지 여행을 와보고 나서야 알았다. 매번 말하지만 떠난 버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때 그때 보이는 것을 충실히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