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밝히는 힘
재심 : 확정된 판결에 대하여 사실 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에 당사자 및 기타 청구권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판결의 당부(當否)를 다시 심리하는 비상수단적인 구제방법.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은 2000년 8월에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사망한 사건이다. 처음에는 최씨 성을 가진 남성 청소년이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최군은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해 징역 15년이 선고되었다. 2심에서 범행을 시인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2003년 6월 진범으로 보이는 인물 김 모씨가 잡혔다. 김 모씨의 진술이 최군의 진술보다 더 범행 정황에 가까웠는데도 검찰은 김 모씨에 대한 수사에 반대하였다.
2016년 11월 17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노경필 부장판사)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군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같은 날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진범으로 지목된 김 모 군을 체포, 구속 기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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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피살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사건이 세간에 주목받은 것은 2013년도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편 때문이었다. 영화 속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이 잠깐 등장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내가 좋아하는 프로였기 때문에 그때 당시 분명히 그 편을 봤겠지만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사건 사고는 너무 많았고 그것은 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일이 아닌 것에는 원래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들끓는 냄비처럼 들들 끓어올라도 결국 우리 앞에는 일상이라는 무게가 주는 각자의 삶이 있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도감으로 다시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런 사건들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영화는 그런 내게 내내 '억울함'에 대해 울부짖는 영화였다. 그리고 때로는 내일이 아닌 남의 '억울함'을 공감하고 함께 걸어가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처음 제대로 연기를 보게 된 강하늘이라는 배우가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쓰고 10년간 감옥에 간 현우 역을 맡았다. 소년의 얼굴이 남아있는 얼굴이 하얀 도화지 같아서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배우 같아 보였다. 현우 역을 생각보다 잘해줘서 사실 난 강하늘을 다시 봤다. 관심 없던 배우의 재발견이랄까. 실제 인물은 어떨지 몰라도 강하늘이 연기한 현우가 배운 것은 없는 없어도 착한 아이라 가슴이 더 아팠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선 경찰과 법을 다루는 이들은 악하다. 그냥 악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그 좋은 머리로 어떻게 배를 불릴지 그러기 위해선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밟고 올라서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인간들이다.
모든 경찰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 현우를 비롯한 소년들을 짓밟고 옷을 벗겨 두들겨 패대던 경찰 철기는 그런 악한 구조의 시스템의 충실한 '개'같아 보였다. 결국 문제는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권력의 개 같은 철기 같은 폭력배보다 못한 경찰과 눈앞의 돈에 눈이 먼 창환 같은 로펌 변호사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우는 실제 이 사건의 재심을 주도했던 박준영 변호사의 모델인 준영역을 맡았다. 준영이 처음부터 정의롭거나 사명감에 불타올랐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착하거나 정의롭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아닌 것은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에서 옳은 길을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준영은 현우를 만나 현우에게서 주류에 섞이지 못한 채 법과 권력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화면 속 모습은 충분히 어떤 로맨스보다도 멋졌다. 이미 형 동생으로 알고 지낸 두 배우가 호흡을 맞추기가 더 편했으리라.
영화에서 재심을 받는 장면은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다시 재판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재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심을 받기까지의 억울한 소시민의 분투기이다. 그리고 현우는 운이 매우 좋았다. 매스컴에도 소외받은 이런 억울한 일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게다가 준영 같은 변호사를 만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미안한 말이지만 좋은 의사, 좋은 변호사들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우리는 그래서 늘 그 별에게 기도를 하지 않나. 제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좌나 우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이건 단순히 옳고 그른 문제인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의외로 특별출연처럼 나왔던 박철민이 했던 대사였다. 현직 경찰로 진범을 잡을 기회를 윗사람들 때문에 코앞에서 놓치고 경비원이 된 박철민을 현우가 찾아가자 했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한다며? 그나마 헬에서는 죄지은 대로 죗값을 받기라도 하지.
언제쯤이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지극히 옳은 말이 당연한 일이 될까? 나는 그런 당연한 말이 실현되는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무죄가 되었다고 해서 10년을 보상해 줄 수는 없다. 가장 찬란한 시절 감옥에서 억울함을 품어야 했던 현우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우리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일이 많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