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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May 18. 2017

16.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나쁜 놈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영화는 내가 기대했던 것을 보여주었다. 딱 그만큼. 아쉬움도 없지 않아 있었다. 너무 정형화된 캐릭터들도 있었고.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 영화의 줄거리도 아니고 이 영화의 연출도 아니고 이 영화의 액션도 아니다. 인상 깊었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다. 더 잔인하고 더 피 튀기는 화면이 가득할 거라 예상했는데 너무 기대를 한 탓일까. 액션보다는 캐릭터였다.


난 형 믿어

1. 조현수 (임시완)

외모는 그야말로 여리 하다. 뽀얀 피부에 틴트라도 발라놓은 듯한 입술. 곱다. 스포라 다 밝힐 순 없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감옥에 와서 한재호(설경구)를 만난다. 재호에게서 '혁신적인 똘아이'라는 칭호를 받으며 눈에 띈다. 출소해서 약장사를 하는 재호 일당의 일을 돕게 된다. 형이라 따르며 재호를 믿는 현수.


사람을 믿지 마! 상황을 믿어

2. 한재호 (설경구)

상남자다. 한눈에 보기에도 거칠게 살아왔음이 분명한 눈빛. 거칠 것이 없다.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조직의 보스가 보낸 김성한도 현수 덕분에 제압하게 된다. 현수! 이 똘아이는 어디서 왔을까? 아무도 믿지 않는 재호는 현수를 옆에 두기로 한다. 그 믿음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결국 이 영화는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었던 한 남자와 믿었지만 그 믿음에 배신당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결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나쁜 놈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이다.


한 세대의 '나쁜 놈'이 다음 세대의 '나쁜 놈'에게 왕관을 넘겨주는 이야기다. 친절하게도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말도 전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현수는 세상에 다시없을 '나쁜 놈'이 될 것이다.


3. 천인숙 (전혜진)

유일하게 여성 캐릭터다. 첫 등장부터 강렬하다. 고병철 회장 사무실에서 절대 주눅 들지 않고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경찰인 그녀는 사건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나쁜 놈을 잡기 위해서 더한 나쁜 년(?)이 된다. 원래 뛰는 놈에 나는 놈 있는 것이다.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더한 나쁜 놈이 되는 것은 죄일까? 아니면 정당방위일까?


4. 고병갑 (김희원)

가장 순수한 캐릭터다. 고병철 회장의 조카지만 재호와 손잡고 회장의 뒤를 친다. 꽁지머리에 험상궂은 얼굴 뒤엔 눈물도 많다. 조그많고 여자애처럼 생긴 현수가 싫지만 현수는 자신이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런 현수를 옆에 두는 재호도 이해가 안 가지만 끝까지 재호 곁에서 정신 차리라고 해주는 인물도 고병갑이다. 이 얼마나 지고지순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캐릭터였다. 물론 김희원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강렬한 한 방은 없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볼 수 있었다. 젊은 감독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편집은 화려했고 배우들의 연기는 구멍 없이 훌륭했다. 남자들의 우정, 폭력, 배신, 믿음 이런 키워드로 보자면 기대한 만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임시완은 날개를 달고 날겠구나. 저 여린 얼굴 속에 숨어져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배우다.






*감독의 트윗 사건을 보니, 진정한 불한당은 감독인듯. 괜찮게 보고 온 영화까지 속이 울렁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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