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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Jan 03. 2022

소비하는 인간

소비자로 분류되는 인간의 정의

생산의 기술이 발달해서 잉여가 생기고, 그 잉여가 소비를 촉진했다는 것이 아마 정론일 것이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부족한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나로서는 잉여 생산이 먼저인지, 사람들이 소비에 집착해서 더 많은 것들이 생산되어야 하는지 앞뒤 구분이 쉽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건 현대는 인간을 소비자라고 규정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가 촉진되지 않으면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 다던지, 더 많은 물건을 더 좋은 가격에 사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서 문제를 해결하고 편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미디어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누가 어떤 좋은 물건을 사고, 그로 인해 그의 생활이나 삶이 나아지는 것, 스마트 쇼퍼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일 게다.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뿐만 아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모두 소비로 이어진다. 멋진 이미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여주던 인스타그램이 이제는 세일즈 플랫폼으로 역할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하루 중에 소비에 연관되지 않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모두 작거나 큰 스크린을 붙들고 끊임없이 클릭하거나 알고리즘에 의해 클릭을 유도당하면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찾아보거나, 사게 되거나, 그것을 욕망하게 된다. 끊임없이 장바구니를 채우고 결제하고 비우고,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일련의 활동들. 키득거리면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콘텐츠를 보는 플랫폼을 구독하고,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이 쓰는 물건과 그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서비스를 소비한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이 대부분의 일상을 채우게 되고, 그 활동들이 언제 어디서든 이루어질 수 있음에, 소비하지 않는 순간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스크린에 잠식당한 하루에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물건과 서비스를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런 활동들에 멀어져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힘들 수도 있겠다. 유행에 뒤떨어지고, 시대 감각이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인간의 가치는 소비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소비할 자원이 없어지면 그 존엄성은 낮아지는 것일까? 그래서 그토록 정부는 소비 촉진에 앞장서는 것일까? 소비 만능 시대에, 언제나 즉각적인 소비가 가능한 시대에 나를 그리고 사회를 관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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