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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Jan 19. 2023

일을 해야만 활력이 생기는 걸까

노동이 삶을 좌우해야 하나 노동은 여가가 되어야 하나

회사를 그만 두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든 건 2~3년 전부터였던 것 같다. 달력 숫자의 색깔 따라서 아웃룩 캘린더에 회의 일정에 따라서 내 하루가 규정된다는 것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가 아닌 직장으로 간다는 게 굉장히 뿌듯했다. 경영학 그리고 마케팅을 전공하면 당장 전략을 세워보고 싶고, 제품을 기획해보고 싶고,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게 당연했다. 경영은 이론보다는 사례가 만드는 학문이고, 실제 경영 업무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죽은 글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으로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 그 일을 10여 년을 훌쩍 넘겨서 해오고 있다. 가슴 뛰는 느낌, 아침에 거리를 걸어가면 머릿속에서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 속 배경음악 이런 것은 좀 사그라진 것 같다. 뜻대로 프로젝트가 진행이 안될 때, 원하던 반응을 얻지 못했을 때, 사업을 따내지 못했을 때 느끼게 되는 압박감, 휴가임에도 아무런 업무가 없는 날에 몰려오는 공허함, 회의에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좀 더 민감해진 것 같다. 과연 내가 적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인가, 내 시간을 과도하게 일이 점유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속속 생겼다.


회사 울타리를 벗어나서 내 목소리를 내 창의성을 그대로 드러내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생활을 한다면,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매일 혹은 매우 자주 주어지는 새로운 프로젝트, 문제들이 없다면, 나는 스스로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게 될까?


상하이에서 벗어나 한국, 일본, 싱가포르를 돌아다니고 있다. 일을 하면서 휴가를 가지면서 보내는 이번 달은 더욱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일은 내 생활을 좌우하고 있나? 아니면 나는 일을 하나의 놀이나 여가처럼 즐겨야 하나? 아무 일이 없는 휴가에 오히려 활력이 사그라드는 것은 왜일까?


매일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부모님 혹은 구시대의 신조를 나는 내 몸에 새겨버린 것인가? 그러면서도 동시에 일보다는 개인의 삶이 훨씬 중요한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은 계속 이 두 가지 생각이 힘을 겨루면서 진행될 것 같다. 그게 회사 안에서든 밖에 서든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든, 충실하게 나와 가족의 시간을 보낼 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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