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몇 년 살았니?
회사에 몇 안되는 외국인이다 보니, 늘상 이런 질문을 받는다. 오늘도 재무이사가 물어본다. 상하이에 너 얼마나 됐니? 한국에는 자주 가니? 어머니 아버지 돌보는 형제는 있니? 남편은 어느 나라 사람이니?
몇 가지 답하다 보니, 회사에서의 여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돌아보면 아주 잠깐인 것 같은데 사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한국을 떠나온게 2012년이고, 심천에서 2015년까지 일했고, 2016년 부터 지금까지 상하이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 부터 같은 회사였고, 3년 정도 심천에 발령받은 것을 지금까지 연장해서 근무하고 있다. 놀랍게도 중간에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다. 그 만큼 신나게 재밌게 일해왔다.
요새는 조금 짬도 나고,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건지 생각이 문득 나긴한다. 하지만 이제껏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여정이었던 것 같다.
시작은 한국지사에서 시작했고, 로컬 마케팅을 하는게 일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정착시키는 일과 product management, channel marketing을 했었다. 내가 마케팅한 제품의 세일즈는 언제나 성과를 잘 내었고, 세일즈팀과 고객과의 관계도 좋았다. 커리어 디벨롭먼트 플랜에 따라서 심천으로 발령받았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마켓을 타겟으로 제품을 만들고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웠다. 개발팀, 디자인팀, 소싱팀, 유럽팀 그리고 키 마켓팀과 협의하고,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이 만들어지는게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몇 가지 제품이 타겟 이상으로 팔렸고, 좋은 반응을 받을 때 짜릿했다. 나는 더 성장해서 카테고리 전략을 세우고, 1년 플랜을 세울 정도로 발전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신사업이었기에, 마치 우리는 스타트업 처럼 일했다.
그 후, 상하이로 옮겼다. 심천에서 우리 GM이었던 매니저가 상하이 다른 사업부 GM으로 성장했고, 나를 상하이로 부른 것이다. 마켓은 글로벌로 넓어졌고, 제품은 다른 계열로 무엇보다 그룹의 핵심 제품을 만드는 더 큰 조직이었다. 규모는 훨씬 커졌고 세일즈 단위도 그랬다. 조직은 더 복잡해졌고, 유럽, 미국과의 늦은 시각 회의도 많아졌다. 지금도 늦은 시각의 회의에 시달리고, 엄청나게 많은 키 스태이크홀더의 의견도 수렴하면서 일하고 있다.
그저 매일 매일 새로운 태스크가 주어지고 가장 성과가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며 일해왔고, 내일 너의 일의 경계를 넘어서 일해왔다. 그리고 제품에서 프로포지션으로 포지셔닝으로 그리고 전체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사업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유럽, 미국 시장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 시장이 줄어드는 카테고리에서도 성장을 이루어내고, 아무 제품도 없던 카테고리를 새로운 시장에 시작하기도 했다.
그렇게 2012년 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중국에서 일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몇년은 더 있지 않을까싶다. 운좋게도 내 아이디어를 받아주는 사람들과 많은 의견을 주고,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 의견을 낼 때 마다 그런 쪽으로 방향을 조금씩 틀어주는 하이 매니저들 덕에 오늘도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