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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Nov 07. 2023

내 말은 듣지 않는 매니저

직장 생활, 쉬운 게 없네

 처음 상하이로 옮겼을 때였다. 새로운 카테고리와 마켓 그리고 새로운 사업부에,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적응은 즐거웠고, 걱실걱실 일을 해냈다. 내 매니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같이 키가 크고 덩치도 큰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레오니, 지금도 우리 팀은 아니지만 우리 사업부에 있다. 일 자체가 즐거웠고,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관계도 좋아서, 크게 어려움 없이 일이 진행되었다.


 그녀는 네덜란드에 있어서, 매일 마주하지는 않지만, 종종 우리는 콜을 했고, 가끔은 그녀가 상하이로 출장을 오고, 나도 두어 번 네덜란드로 출장을 갔다. 그녀와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나는 그녀의 질문에 답을 했고, 또 내가 전달하고 싶은 정보와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동안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로 앞에 있고, 나 밖에 이야기하는 대상이 없었지만, 내가 이야기를 할 때, 그녀가 듣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예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혹은 전화 통화를 하거나 하는 그런 의미의 듣지 않음이 아니라.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고, 분명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데, 내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대화를 진행함에 있어,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대화의 발전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 조금은 끊어지는 단편적인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경험은 한두 번에 그친 게 아니어서, 더 의아했다.


 내가 하는 말에 조금은 귀를 기울어준다고 느낀 것은 언제 적이더라. 아마 조금은 시간이 지나서였을 것이다. 몇 가지 눈에 드러나는 성과를 내고 내가 다른 팀이나 관계자로부터 신임을 쌓아갈 무렵, 그녀는 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때는 진짜 듣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몇 번 받았다. 나의 이 경험은 내 입장에서는 매우 신선한 것이어서, 나중에 팀원들에게 물어봤다. 이런 느낌은 나만 받는 거니? 내가 문제가 있는 거니? 하니, 우리 팀에 다른 동료들도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다. 너의 문제가 아니야. 레오니는 원래 그래. 자기가 질문을 던져도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않아. 아마 내가 느꼈던 이제 내 말을 좀 들어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그게 자기 생각과 굉장히 들어맞아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지금도 다른 팀을 이끌고 있고, 또 꽤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아마도 하이 매니지먼트와는 굉장히 잘 지내고 소통을 잘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후로도 많은 매니저들, 하이 매니지먼트들을 만났고 그들은 다 각자의 다른 소통하는 방식을 가졌다.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내가 거기에 맞춰야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강렬한 눈 빛을 쏘면서,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는 로웨나,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노트에 메모부터 하는 마이클, 내가 언제나 말을 자르고 가로막아도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는 제시, 어떤 힘든 회의에서도 차분하게 대화를 풀어나가는 크리스토프, 이 모든 사람들과 같이 일해온 그리고 일해나가는 나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해나가는 걸까? 그리고 나의 대화 방식은 다른 이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까? 나는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잘 들어준다는 인상을 줄까? 아니면 저 사람은 내 말을 듣는 거야 아닌 거야 하는 혼돈을 주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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