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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Nov 01. 2023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삼성 물산에서 인턴으로 일할 때에 일이다. 4학년이었으니까, 나는 이런 기회가 오게 된 게 너무 신났고, 매일 일찍 회사 버스를 타는 것도 즐거웠다. 신나게 자다 보면 회사에 도착했고, 매일 삼성 뉴스와 함께 일을 시작했다. 선배들은 엄청 멋져 보였고, 무언가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이 분명했다.


한 선배와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하고 있는데, 선배가 이야기를 건넸다. "나는 가끔 회사 정문에 도착해서 들어오는 찰나에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겉으로는 그렇구나 하면서도 속으로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이 왜 집으로 가고 싶어 하시는 거지? 같은 학교의 인턴으로 같이 하던 오빠는 선배에게 이해한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됐다. 그때가 벌써 18년 혹은 19년 전이니, 엄청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그 선배의 말끔한 셔츠와 조금은 피곤해 보이던 얼굴이 기억이 난다. 아마 약간의 한숨도 묻어났을 것 같다.


이 때의 기억은 종종 다시 떠올랐다. 꽤 오랫동안 그 분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 올랐고, 특히 우리 회사 정문을 들어설 때, 가끔 생각이 났다.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다. 무언가 중압감 같은 것일까? 혹은 프로젝트 성과가 금방 오지 않을 때? 수월하지 않은 미팅이 잡힌 날일까? 그런 하루를 눈앞에 두면,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문을 들어올 때, 한숨이 쉬어지고, 뒤돌아서 집에 가고 싶은 그 기분. 나도 그런 날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기분은 더 자주 찾아올 것 같다. 점점 더 어려운 문제가 주어지고, 성과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테니 말이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사업의 성공/실패에 대한 걱정의 꼬리가 길게 따라 다닌다. 중요한 회의 말미에는 모두 나를 쳐다보면서 다음에 해야 할 것에 대해 의견을 내라고 하는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특히, 객관적 사실만으로 100% 결정을 내리기 힘든 일이 많은데, 그 때 직관을 발휘해서 최적의 결정을 제안해야 한다. 그런 순간들을 겪어내다 보니, 나도 그때 그 선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조금은 더 수월하게 혹은 재미있게 이런 중압감을 이겨내고 싶다. 경력이 쌓여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그런 긴장감, 불쑥불쑥 들어오는 답변이 힘든 질문들을 조금은 가볍게 여기고 싶다. 아마 경력과 함께 나는 그런 대응에 더 익숙해지고, 더 현명한 답변을 하고 있겠지만, 제발 누가 그렇다고 말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좀 힘에 부치다고 생각될 때, 나는 이 책을 읽는다. Passion 백만 불짜리 열정. 이채욱 전 GE코리아 회장의 책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늘 멋진 조언과 힘을 얻게 된다. 오늘은 그냥 집에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나는 날, 이 책을 추천한다. 어려움을 당당하게 마주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때, 아마 나는 그만큼 더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제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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