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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작가

이론물리학자를 찬양하는..

by 부소유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김상욱 작가의 세미나에 참석한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 김상욱 작가는 물리학자로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온 동시에,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글과 강연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복잡한 과학 이론을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세미나 주제는 류츠신의 과학소설 ‘삼체’였고, 김 작가는 소설의 내용을 넘어 과학적 이론과 철학적 사유를 설명하며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세미나가 시작되기 전부터 강연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도 설렘과 기대를 안고 자리를 잡았다. 김 작가의 세미나는 과학과 문학의 융합 그 자체였다. 그는 삼체문제 같은 물리학적 개념을 이야기하듯 쉽게 풀어냈다.


“삼체문제는 고전 역학에서 가장 오래된 미해결 문제 중 하나다,” 김 작가는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세 개의 천체가 서로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 혼란 속에서 우리는 혼돈 이론, 즉 카오스 이론을 떠올릴 수 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으니, 머릿속에서 소설 속 장면들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했다. 특히 소설에서 묘사된 ‘어두운 숲’ 이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김 작가의 설명이 단순한 문학적 해석을 넘어서 물리학적, 철학적 깊이를 더해줬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냉혹할지도 모른다.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생존을 위해 상대를 제거해야만 하는 상황, 그것이 바로 어두운 숲의 법칙이다.”


세미나의 후반부에는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한 청중이 “삼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라고 물었을 때, 김 작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삼체는 인간의 본성과 우주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우리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문제들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김상욱 작가의 세미나는 단순한 과학 강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학적 사고와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그의 세미나를 듣고 나니, 삼체라는 작품이 더욱 깊이 이해되었고, 동시에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책임감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 청중의 질문 중에는 추천하는 영화와 책에 대해 언급되었다. 놀랍게도 김상욱 작가의 추천 영화는 이제는 SF고전(?)으로 들어가는 ‘매트릭스’였고, 책은 그렉 이건 작가의 <쿼런틴> 이었다. 그가 말하는 매트릭스가 1, 2, 3, 4 중에 모든 시리즈를 의미하는지 1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감상하지 못한 4를 보고 싶어졌다. 함께 패널로 나왔던 유튜버 궤도는 <쿼런틴>은 삼체 3부작을 모두 읽고나서 읽기를 권장했고, 김상욱 작가는 어차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냥 읽기를 권장(?)했다.


세미나를 마치고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삼체’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혼돈과 질서, 공존과 대립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게 된, 깊은 여운이 남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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