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짜 일을 하고 있는가
2024 서울국제도서전의 작가 세미나 중, 나는 덴마크의 인류학자이자 작가인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세미나에도 잠깐 참석했다. 그의 책, <가짜노동>은 일과 노동의 본질을 탐구하는 저서로,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세미나에 참석하기 전부터 그의 통찰과 지혜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세미나는 대형 강연장에서 열렸고, 좌석은 청중들로 가득했다. 무대에 오른 뇌르마르크는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첫마디는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진짜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바쁘기만 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그의 강연은 청중을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는 먼저 '가짜노동'의 개념을 설명했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진짜 생산적인 일보다는, 실제로는 아무런 가치도 창출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가짜노동'은 쓸데없는 회의,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끝없는 이메일 왕래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뇌르마르크는 이러한 일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통계를 인용하며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나 자신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가짜노동'에 쓰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회사에서의 끝없는 회의, 매일 아침 확인하는 수십 개의 이메일, 마감 시간에 쫓겨 작성하는 보고서들... 이 모든 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뇌르마르크의 강연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는 또한 가짜노동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정한 가치'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몇 가지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업무를 정하고, 그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또한, 불필요한 회의나 이메일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일상 속에서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많은 일들이 사실은 '가짜노동'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의 내 업무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뇌르마르크의 통찰력 있는 강연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그의 조언을 실천해 볼 결심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