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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믹 호러, 미지의 공포에 관하여

by 부소유

한 번은 어떤 도서전에서 새로운 작가들을 만났다.


대한민국 대표 SF장르 소설작가라고 하는 세 명의 작가의 북토크가 있었다.

운이 좋게도 비어있는 한자리를 발견해서 예약했다.


이번 기회에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처음 가봤는데 무려 1947년에 처음 시작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매년 주제가 있는데 이번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이다.


일단 도착해서는 그 참가한 출판사의 압도적인 수에 놀랐으며, 인파에 두 번 놀랐다.

무려 530개 출판사가 참석했다고 들었다.


다양한 프로그램 또한 세미나 공간에서 하루 종일 있었고, 내가 신청한 SF 세미나에 늦지 않게 참석을 하기 위해 구경하고 싶은 출판사를 뒤로 한 채 얼른 이동했다.


SF 세미나의 소주제는 [코즈믹 호러, 미지의 공포에 관하여]였다.

생소한 주제다.

그냥 공포에 대해서는 알면서도 피했지만 이렇게 스스로 찾아온 자신에 놀랍다.


총 세 명의 작가가 참석했다.

김보영 작가, 전건우 작가, 황모과 작가.


아직 소설을 읽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세명 다 잘 모르는 작가였다.

뒤늦게 알고 보니 SF에서 한가락하는 작가들이었다.


먼저 코즈믹 호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의미는 다양하지만 한 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1900년대 초 작가 러브크래프트가 만든 괴수 크툴루 신화를 바탕으로 많은 작가들이 완성한 장르라고 한다.


영화 [미스트]가 떠올랐다. 미지의 괴물로 인해 무서웠던 영화다.


당시의 괴수로부터 지금은 심연 속 바다, 무한한 우주, 죽음 등으로 확장되는 것 같다.


각 작가들이 현대에 대한 미지의 공포를 한 마디씩 했다.


김보영 작가 : 정보의 범람이 공포스럽다.

전건우 작가 : 기술의 발전에 쫓아가지 못해 도태된 사람을 탓하는 사회가 무섭다.

황모과 작가 : 알고리즘에 갇혀있는 내가 공포스럽다.


참으로 현대적인 해석이다.


여기서 나도 한마디 하고 싶다.

어떤 작가 지망생 : 인간의 욕망과 사회 부조리가 공포스럽다.


이렇게 코즈믹 호러에 대한 작가들의 의견과 질문 답변까지 90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집중했다.


나중에 서점, 도서관에서 그들의 책을 찾아봤다.

출간된 책이 상당히 많았다.


먼저 김보영 작가의 [다섯 번째 감각] 감각이 한 개 없는 세계라니..

그녀의 신간 [종의 기원담 1 ~38p] 로봇 사회.. 무생물이 생물을 고고학 연구한다.


전건우 작가 [뒤틀린 집] 너무 무서워서 몇 페이지 보다가 덮었다. 그냥 공포물.

그의 신간 [듀얼 1 ~ 94] 재밌어서 한숨에 많은 양을 읽어버렸다. SF 범죄 심리물.


황모과 작가 [서브플롯]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연구해 봐야 할 책이다.


이 중에 제일 눈길이 가는 작가는 단연 김보영 작가다.

게임 기획자 출신으로 게임 시나리오를 쓰다가 소설을 써버린 작가.

SF 어워드 대상.

미국 SF 웹진에서도 인정받은 작가.


그녀가 만든 세계관과 상상력이 놀랍다.

SF, 코즈믹 호러,

실존주의를 고집하는 내게 욕심나는 세계다.

고집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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