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안84와 함께한 마라톤의 추억

by 부소유

한 번은 제주도 국제 마라톤 이후로 두 번째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사실 마라톤이라고 하기는 뭐 한 것이,

풀코스나 하프코스, 10킬로도 아닌 5킬로 건강코스다.


욕심 같아서는 10킬로는 뛰고 싶었으나,

여섯 살 아들과 함께 하려면 5킬로까지만 된다는 지침이 있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대청호 마라톤 대회도 5킬로 코스에 참가하게 되었다.


새벽 다섯 시에 기상했다.


마라톤 대회는 어떤 코스를 참가하던 개회식에 맞춰서 가야 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아침잠이 많은 내게 시작부터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 마라톤은 행사장에 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으나

이번 대청호 마라톤은 고맙게도 집 근처에 셔틀버스가 온다.

러너(runner)들에게 이렇게 신경 써주다니 고마운 일이다.


버스에 탑승하자 익숙한 얼굴을 보기 되어 놀랐다.

그는 기안84였다.


알고 보니 어떤 방송에서 말하길 40대가 되면서

앞으로 체력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가보면 어떻까 싶어 도전했다고 한다.


그게 내가 참가한 마라톤 대회였던 것이다.


방송에서 보던 것보다는 훤칠하고 인물도 나쁘지 않다.

웹툰으로 국내에서는 탑티어(top tier)를 찍은 사람을 본 것이 신기했고 함께 버스를 타고 함께 뛰러 간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행사장에는 30분 만에 도착했다.

집에서 대청호가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


기안84에게는 계속 스태프와 카메라가 붙어서 조금 거리를 두고 이동했다.


5킬로는 한번 경험해 봐서 그런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제주도에서는 혼자 뛰었지만

이번에는 아내와 아들과 속도를 맞춰서 걷고 뛰었다.


문득 글쓰기가 생각났다.


글쓰기는 그저 나와의 싸움이다.

내면의 자아를 끌어내서 자아와 함께 뛰어나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아와 둘이 뛰는 셈이다.


정신분석적으로는 에고(EGO)라고도 한다.

에고만 잘 이끌어내면,

육체는 그저 반동에 의해서 움직인다.


자아는 놀랍게도 매일 속도가 다르다.

잘 뛰는 날도 있고,

지쳐서 걷는 날도 있다.

그래도 멈추지는 않고 조금이라도 걷고 있다.


그렇게 매일 자아를 만나야 한다.

매일 걷고 뛰어야 한다.

육체는 움직일 뿐이다.


그야말로 러너와 작가의 공통분모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