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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받은 가출

by 부소유

2박 3일간 허락받은 가출로 홀로 고향에 다녀왔다.


총 여섯 명의 남자를 만났다.

서로 다른 그룹이기에 두 명씩 분류해서 세 번 만남을 가졌다.


모두들 서로 다른 성격, 삶, 꿈을 갖고 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린 그저 서로 각자의 삶과 꿈을 응원했다.


다음은 아내의 가출을 허락했다.

어떤 일정이든, 어디든, 마음 가는 대로 다녀오라고 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강원도로 결정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일단 떠난다고 한다.

어떤 것이든 간섭 없이 응원하려고 한다.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그저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본다.


내겐 유난히 특별했던 일 년,

온 가족 함께 했던 제주도 생활, 한라산 등반, 순례길, 마라톤, 매일 밤 하이볼 마시는 시간.

어떤 것도 우리를 채워주기엔 부족했던 것 같다.


그 부족함을 0.1%라도 채우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아들의 등원길.

한 때는 3월 말에 함께 등원을 시작해서, 10월 말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몇 달을 함께 등원했다.

그 등원 길도 얼마 남지 않은 어느 아침,

아들 역시 엄마의 가출을 허락한다고 등원길에 내게 말했다.


유치원생 아들이 늠름해 보였다.

나도 언젠간 이 녀석의 가출을 기꺼이 허락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가출을 허락한다.

아마도 서로 합의하에 주기적으로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가출이 아니고 출가라고 하고 싶다.


목적이 없었으나 문득 어떤 깨달음을 얻는 것,

속세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나를 알아차리는 것,

사람들 사이에서 인류애를 느끼는 것,

내려놓는 것.


검색하다가 아래 좋은 글도 찾게 되었다.


https://m.jungto.org/pomnyun/view/83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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