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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활자 3

익숙한 것과의 결별

by 부소유

비 오는 글을 쓰고 잠들어서 그런가 비 오는 꿈을 꿨다.

비가 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깨어나서도 비가 왔었던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창밖을 먼저 확인했다.

물론 날씨는 언제 비 한 방울 오기나 했냐는 둥 매우 맑았다.


2017년의 7월의 초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차량이 침수되고 아파트 지하실도 침수되고 인명피해도 많았다.

당시를 회상하는 글을 썼다.


과거에 익숙한 회사 생활과 결별을 선언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결별 중이다.

결별 중에 제주에서 구본형 작가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었다.

서문, 프롤로그, 목차부터 나를 확 끌어당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프롤로그 필사.


1988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 근해 북해유전에서 석유시추선이 폭발하여 168명이 희생된 사고가 발생했다. 앤디 모칸은 지옥 같은 그곳에서 기적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그가 한참 잠이 들었을 때의 일이다. 잠결에 들리는 폭발음 소리에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눈앞에는 거대한 불기둥이 곳곳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치솟고 있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피할 곳이라고는 없었다. 순간 그는 배의 난간을 향해 뛰었다. 그가 바다로 뛰어내린다 하여도 길어야 30분 정도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구조되지 않으면 살기를 포기해야 했다. 더욱이 배의 갑판이 바다의 수면까지는 거의 50미터 높이였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고 그는 두려웠다. 그러나 머뭇거림도 잠시 그는 불꽃이 일렁이는 차가운 북해의 파도 속으로 몸을 던졌다.


무엇이 앤디 모칸을 바닷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을까? 그가 운이 좋았던 것인가? 배에 남아 목숨을 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바다로 뛰어들지 않았을까? 용기가 없거나 단지 운이 나빴던 것일까?


앤디모칸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그 순간 불타는 갑판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곳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구조될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바다로 뛰어드는 목숨을 건 선택을 감행했다. 그의 행동은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죽을지도 모르는 가능한 삶’으로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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