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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일거리

by 부소유
오에 겐자부로의 단편소설.


1. 분량과 단락장


A4 13페이지 분량의 짧은 단편소설.


-. 주인공은 아르바이트 모집광고를 보고 150마리의 개를 잡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다. 여대생, 사대생이 함께 있다.

-. 개백정과 만나서 개 잡는 일을 시작한다. 개의 모습을 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 잠깐의 휴식 시간에 개백정과 대화를 한다. 여대생, 사대생, 개백정은 모두 각자의 다른 생각과 꿈을 갖고 있다.

-. 개백정이 병원 사무원과 대화한다. 하루 만에 개를 처리하기 어려운데 사육을 하는 사람이 당장 내일부터 없다고 한다. 때문에 개의 밥을 주는 일로 대화를 한다.

-. 주인공과 일행은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며 개를 태우는 소각장을 바라보며 대화한다.

-. 이튿날 이들은 다시 모여 개를 처리하며 대화를 한다. 여대생과 사대생의 의견이 계속 충돌한다. 개백정의 도발로 인해 사대생이 개를 공격했고, 주인공이 개의 마지막 처리를 했다.

-. 주인공이 개에게 물려 간호부에서 치료를 받는다.

-. 경관이 찾아와서 조사를 시작한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의뢰한 사람의 불법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허탈한 마음으로 헤어진다.


2. 느낀 점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느낀 바 이번 단편은 내용이 짧았지만 힘이 느껴진다. 작가의 단어, 문장, 단락에서 모두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영국인의 투서에서 시작된 부조리한 일거리의 결과! 아직도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일거리가 기묘한 일거리가 아닐까?


이 소설은 개를 잡는 단순한 일과 그리고 그 일을 하며 겪는 인물들의 대화와 묘사를 통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을 탁월하게 서술했다. 특히 여대생과 사대생 간의 대화, 개백정과 사대생과의 대화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절묘했다. 주인공은 그저 이들을 바라보는 관찰자로 등장한다.


어쩔 수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일을 시작한 사대생이 이 소설의 핵심 인물로 보인다. 사대생은 여대생, 개백정의 언어와 행동에 끊임없이 의문을 갖고 크고 작은 갈등을 유발한다. 그 갈등의 주된 원인은 개를 잡는 행위의 의미와 개들의 상황에 대한 사대생의 의문이었다. 그에 비해 주인공, 여대생은 큰 의심 없이 현실에 순응하며 묵묵히 일을 반복하는 모습이 모순으로 보인다.


사대생의 내면 심리 갈등은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개에게 일격을 가하는 부분에서 정점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여대생, 개백정과의 대화 그리고 개 잡는 일을 하면서 쌓인 스스로의 응어리를 폭발시키는 부분이다. 하지만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개를 힘들게 만들기만 하고 완전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사대생의 모습에서 그의 한계와 인간미가 느껴진다. 주인공은 그 개를 완전히 처리하지만 이 일과 관계없이 후에 주인공에게 어떤 고통을 만들어주는 일이 다시 발생하는 점이 흥미롭다.


3. 가장 좋은 부분


사대생은 웅크리고 앉아 땅을 보면서 암울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저 개들이 낮은 울 안에 갇혀서 죽을 때를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었다. 우리는 낮은 울 안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개들은 울 밖을 못 본다. 거기서 그냥 죽일 때를 기다리고 있다.


-. 개들이 당하는 부조리한 비극에 대한 사대생을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맡아하지 않았더라도 나 대신 이 일을 하는 사람 손톱엔 역시 개피가 물들었을 것이고 온몸에 비린내가 났을 거야. 난 그것이 견딜 수 없어.


-. 개들의 비극을 넘어서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바라보는 사대생의 관점이 돋보이는 문장이다.


사대생은 입술을 깨물고 개 백정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개 잡는 몽둥이를 들더니 말뚝에 맨 개를 향해서 달려갔다. 개는 몽둥이를 둘러맨 사대생에게 맹렬히 짖어댔다. 사대생은 찔끔하다가 다시 달려가서 덤벼드는 개 귀 위에 일격을 가했다. 개는 매를 맞고 튀어서 울 판자에 부딪쳐 비명을 올렸으나 죽지는 않았다. 입에서 피를 토하고 신음하면서 쩔룩거렸다. 사대생은 멍청하니 선 채로 가쁜 숨을 쉬고 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사대생의 응어리가 폭발하면서 그의 한계가 느껴지는 것을 탁월한 사건을 만들어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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