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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

by 부소유

드라마 [직장의 신]을 드디어 정주행 완료했다.


무려 10년도 더 전, 2013년 KBS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끌고 김혜수 누님에게 대상을 전달해 준 작품이다.

드라마의 다소 과장된 연출이 어색했지만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라는 것을 알고 그러려니 했다.


드라마는 IMF를 극복한 대한민국에서 고도성장의 부작용을 말하고 있다.

그중에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으로 발생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인공이다.

우리는 그들을 일명 계약직이라고 부른다.


김혜수 누님이 열연한 계약직 미스김은 자발적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전환을 거부한다.

수당 없는 업무와 야근은 절대 안 한다.

정해진 점심시간을 지키고 칼같이 퇴근한다.

계약이 종료되면 미련 없이 떠난다.


이 드라마는 미스김의 계약직 노동 3개월을 보여준다.

원작이 일본 드라마이지만 각색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기업의 많은 부분을 풍자했다.

드라마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을 보며 영화[카트]도 많이 생각났다.


노다메 칸타빌레, 중쇄를 찍자를 비롯해 망해버린 일본 원작 드라마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로컬라이징이 성공했다.


김혜수 누님과 오지호, 정유미, 이희준 등 배우들의 열연도 크지만 그 당시 흔하지 않았던 대기업 영업 및 마케팅 부서의 생활을 현실적으로 잘 보여줘서 좋았다.

(2014년 드라마 [미생]이 나오고 [미생]이 아직까지도 오피스물의 원탑(one top)을 찍긴 했다.)


초반부는 아주 흥미진진했다.

주인공 미스김이 하는 과감한 행동이나 말이 보는 이들의 마음에 카타르시스를 준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가 그렇듯 억지로 원작에 없던 로맨스를 넣다 보니 후반부가 매우 지루했다.

1.5배속으로 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정주행을 멈추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근성을 갖고 1배속으로 졸면서 조금씩 봤다.


종반부에는 그동안의 복선을 회수하며,

뜬금없이 대한민국 드라마 특유의 새로운 연결고리가 나오고,

판타스틱하게 끝난다.


그래도 방영 당시 시청률 1위로 찍고 나름대로 흥행했던 드라마로 보인다.

하지만 역시 [미생]이 최고다.

그다음은 정재영, 문소리 주연의 [미치지 않고서야]로 꼽고 싶다.


그런 면에서 벌써 만 10년이 넘은 드라마 [미생]은 대단하다.

나도 두고두고 잊히지 않고 사람들이 찾아주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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