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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by 부소유
캐서린 맨서필드의 단편소설


1. 느낀 점


나이 든 사장이 주인공인 짧은 소설이다.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았다. 사장은 어떤 친구(우디필드)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어긋난 대화로 인해 마음이 상했다. 사장 본인이 분위기를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친구가 죽은 아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사장의 아들은 6년 전 전쟁으로 인해 죽었고 그것을 쪽지로 전달받았다. 먹먹한 마음으로 다시 아들을 회상하던 찰나 파리가 그의 눈에 띄었고, 그 파리를 괴롭혔다. 파리에게 잉크를 사용하여 날지 못하게 계속 방해했고, 결국 파리는 지쳐서 죽었다. 그는 늙은 비서(메이시)에게 정리를 해달라며 화풀이를 한다.


짧지만 인상적인 소설이 이해하기 어려워서 재독을 반복했다. 등장인물 3인이 모두 노인이라는 점과 서로 각자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중심에는 갑자기 죽음을 당한 그의 자녀와 파리가 있었다. 그 사고는 당사자가 의도하지 못했던 사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쟁에서 벌어지는 죽음, 그리고 파리에게도 갑자기 닥친 잉크로부터의 재난에 맞이한 죽음. 사장은 그의 친구가 가벼운 생각으로 꺼낸 아들의 무덤 이야기로 인해 잊고 있었던 힘든 기억이 살아났고 그 그것을 애꿎은 파리에게 해소했다. 그리고 나서는 되려 그의 비서에게 다시 역정을 낸다.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의 심기를 건드린 친구의 말이었다. 외형으로 보기에는 사장이 더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더 생기 있는 외모를 갖고 있었고, 사무실에는 좋은 물건이 가득해서 그것들을 누리고 있었다. 사장은 하려던 말을 잘 기억 못 하는 친구를 보며 오히려 그의 노화를 걱정할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위스키를 한잔 주며 전세가 역전되었다. 그 위스키를 마시며 하려던 말을 기억해난 친구는 느닷없이 죽은 아들의 무덤을 찾게 된 딸들을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딸 이야기 계속 이어가자 사장은 어딘가 침울해진다. 그것을 나중에 파리에게 해소하고, 이 소설의 제목 또한 파리라는 것이 다소 기괴하지만 생사를 오가는 파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또 다른 소설을 읽는 것 같이 다른 느낌으로 또 흥미로웠다.


2. 가장 좋은 부분


그러나 술기운으로 노인의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술기운은 차갑고 노쇠한 그의 두뇌 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는 기억해 냈다. [그래, 바로 그거였어.]


-. 이 소설에서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부분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건네준 고급 위스키가 오히려 주인공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드는 부분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파리>이지만 이 ’위스키‘ 또한 전세를 역전시키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했다.


3. 두 번째로 좋은 부분


이제는 누구라도 파리가 조그마한 앞발들을 가볍게 비벼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소름 끼치는 죽음의 위기는 이제 지나가 버렸다. 파리는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삶은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아마도 이 단락이 주인공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리라고 본다. 파리가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면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겠지만 살아나서 삶을 즐기려고 하는 파리의 모습에 심통이 난 주인공은 이 단락 이후로 파리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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