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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지 않습니다>

by 부소유
이승우 작가의 단편소설


1. 요약


-. 낯선 외국인이 순경에게 잡혀갔다. 주인공은 그저 그 모습을 바라봤다.


-. 주인공은 그녀가 머물고 있는 집을 누군가 기웃거리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하고 나서 불안감을 갖고 살고 있었다. 집을 빌려준 친구는 그럴 리가 없다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 과거 친구와 통화하던 그녀는 만났던 남자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녀에게 집착했던 남자 때문에 도망가서 숨어 지내고 싶어 했고, 그렇게 그녀는 친구가 중국에 가서 비어있던, 이 빈집에 초대받아서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 그렇게 조용히 잘 살다가 낯선 그림자를 경찰서에 신고했고 외국인이 붙잡혔다.


-.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외국인은 네팔에서 온 노동자로 이 빈집의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근처에 와서 사용하고 가곤 했다고 한다. 그 밖에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 그녀는 그럼에도 불안했고 그녀의 친구 역시 좋지 않게 생각했다. 그녀는 친구의 조언대로 인터넷의 암호를 걸고 현관문을 단단하게 잠가놓고 지냈다.


-. 외국인 남자가 낮에 그녀를 찾아와서 과일이 담긴 봉지를 놓고 갔다. 그리고 나중에 발음이 좋은 친구를 데리고 와서 사정을 호소했다. 불쌍한 친구 무선 인터넷 사용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호소였다. 그녀는 불편했다.


-. 외국인 남자는 밤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집 주변을 계속 배회하고 있었다.


-. 그녀는 밤에 문득 현관 앞의 과일 봉지가 신경 쓰여서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 좋은 날씨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산을 쓰고 밖으로 나가서 외국인을 찾았다. 결국 구석에서 떨고 있는 외국인을 발견했다. 그녀는 집으로 들어와서 편하게 인터넷을 하라고 사정했지만 외국인은 그저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2. 느낀 점


소설을 읽고 나서 외국인 노동자의 말 ‘넘어가지 않습니다. 나는 여기로 있습니다. 당신은 용서합시다.’ 이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 면에서 소설의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심리적인 불안을 느끼는 주인공과 낯선 남자로 나오는 외국인의 갈등을 절묘하게 풀어냈다. 다른 한편으로 아쉬운 점부터 정리하자면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도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무선 인터넷 사용을 용인해야 하는 분위기는 어색했다. 물론 요즘 많은 무선 인터넷이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개인이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은 다소 폭력적인 요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파출소에서 출동한 순경의 소극적인 태도 또한 어색하다. 누구라도 위험을 느끼는 상황인데 다수가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해서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 폭력적인 것에 저항하려고 하는 주인공 여자의 심리는 잘 풀어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조언을 해주는 친구 또한 그럴듯하게 독자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는 불특정 다수의 폭력에 저항하려고 하는 소수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중간에 성경 말씀으로 공유를 강요하는 부분에서는 주인공은 불쾌하지 않았다고 표현되어 있지만 읽는 내가 불쾌할 정도로 종교의 폭력이 생각났다. 몸은 넘어가지 않겠다고 계속 말하면서 은연중에 심리적으로는 넘어가려고 하는 폭력이 느껴졌다. 단, 남자가 가해자로 나오고 여자가 피해자로 나오는 상투적인 인물 설정은 조금 아쉽기는 하다.


소설의 구조면에서는 서사의 끝에서부터 시작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끝으로 가는 구조가 자연스러웠고 시공간의 변화도 어색하지 않았다. 다수의 소설이 시간과 공간에 반복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어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데 이 소설은 그 부분에서 과도하지 않게 변화를 주고 있어서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3. 가장 좋았던 부분


넘어가지 않습니다, 넘어가면 나, 죄인 됩니다, 안 합니다.라고 남자가 말하는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녀는 눈물을 도로 밀어 넣으면서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울부짖는 것처럼 들렸다. “선물이에요, 선물. 선물이라면서요.” 그녀는 선물을 달라고 간청하는 어린아이처럼 외쳤다.


-. 가장 좋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하면서 반대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주인공과 반 주인공의 갈등 대립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단락이다. 하지만 둘이 갈등 장면에 다소 과장되어 있고 억지스러운 면이 있어서 아쉽기도 하다.


4. 두 번째로 좋았던 부분


틴 카우가 한 말이 선물 주세요, 사모님,이었다고 그의 네팔 친구가 알려줬을 때 그녀는 깜짝 놀랐다. 선물이라니? 그 말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말로 들렸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노동자가 엉뚱한 단어를 발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출석하는 은혜교회 목사님이 오늘 설교에서 은혜가 선물이라고 했다고 부언한 사람은 그의 네팔 친구 카날 산제브였다. 이어서 너희가 가지고 있는 것 가운데 누군가로부터 받지 않은 것이 무엇이냐, 다 받은 것인데 그러지 않은 것처럼 어떻게 자랑할 수 있느냐는 말이 성경에 쓰여 있다는 말을 띄엄띄엄했다. 우리가 가진 것은 다 받은 거고, 받지 않은 것이 없고, 그러니까 주어야 하는 거라고 했어요, 선물이요,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강요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불쾌하다기보다 불편했다.


-. 반 주인공 인물들이 그들 나름의 논리로 주인공 여자의 불편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단락이다. 이 낯선 자들은 말로는 넘어가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 심리적으로는 이미 주인공의 마음속으로 넘어가서 폭력적인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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