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귀환>

by 부소유
로버트 올렌 버틀러의 단편소설


1. 느낀 점

젊은 베트남 청년 칸과 할아버지가 함께 이동하며 벌어지는 짧은 에피소드다.


칸은 아내의 부탁을 받아서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먼 길을 온 아내의 할아버지를 배웅하러 공항으로 나간다. 아내에게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없는 그녀에겐 아버지 같은 존재였고 그래서 더 신경 쓰려고 했다. 그러나 공항에서 만나자마자 상황과 대화에서 뭔가 어긋나고 있는 기분을 느끼고, 칸의 자동차를 못마땅해하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운전하는 내내 엇갈리는 대화와 어색한 분위기가 읽는 내내 묘하게 뭔가 잘못되고 있는 기분을 만들었다. 결국 칸이 한 시간 반이 넘도록 운전하고 나서야 뒤늦게 할아버지의 기억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할아버지와 재회한 손녀 딸은 그것 때문에 매우 슬퍼하고 만다. 할아버지는 손녀 딸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서 잊게 되는 경험들과 느려지는 생각들. 그 누군가의 망각의 행동을 보고서야 그것을 알게 된다. 안타까운 점은 본인은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생각들, 다시 살아나지 않는 생각들이 비로소 노인이라는 것을 주변에 알려주고 나중에서야 본인도 그것을 알게 만든다. 이 소설 속의 할아버지 또한 왕년에 좋았던 경험들을 갖고 계속 비슷한 말을 반복하고 있다. 점점 더 겪은 경험을 꺼내지 못한 채 멈춰버린 할아버지의 생각에서 노인이 되어 좁아진 범위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점점 더 깊은 생각을 해야 하고, 그것을 꺼내서 생각의 생각을 연결해야 하지만 그것을 하지 못한 채 멈춰버린 노인의 모습에 답답해하는 손녀와 그의 남편의 모습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벌어지는 모습들이다. 주변 인물들은 그 좁아진 생각의 노인 옆에서 무력하게 남은 여생을 보내는 인간의 옆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을 뿐이다. 안타깝고 부조리한 점은 노인 스스로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 가장 좋은 부분


그리고 무슨 징후나 전조를 믿는 사람이었더라면 그 여행이 끝날 무렵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통과하는 고속도로 다리 위를 지날 때 뭔가 흥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다리를 지날 때 보니 표지판에는 ‘망각의 강’과 ‘노년의 강’이라고 씌어 있었다. 두 개의 강에는 조그만 섬들과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있어 강물이 어떻게 합류하는지 정확하게 보이질 않았다. 두 개의 강이 합류했다기보다는 한 개의 강이 마치 커다란 호수처럼 뻗어 있는 것으로 보였으며, 강물은 흐르지 않고 가만히 고여 있는 듯했다. 망각과 노년……


-. 이 소설의 핵심을 관통하는 부분이다. 특히 두 개의 강줄기인 망각의 강과 노년의 강이 합류 또는 분류되어 뻗어 있는 것이 사람의 의식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것 같다. 또한 주인공이 느끼는 예감이 나중에 어떻게든 맞게 되는 것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3. 두 번째로 좋은 부분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어디라뇨? 자넨 내 조카의 친구인가? 전 할아버지의 손녀인 마이의 남편이에요. 그는 아직도 하노이로 가는 해변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손녀라고? 마이 말씀이에요. 할아버지의 딸인 침의 딸입니다. 나는 바람에 휘날리는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처럼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잠겼다. 침은 바다에서 남편을 잃었지. 맞아요. 나는 가까스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 애한테는 딸이 없어.


-. 할아버지의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확실히 보이는 단락이다. 주인공이 쉬는 안도의 한숨이 답답한 한숨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