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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by 부소유
개그맨, 방송인, 예능인, 코미디언 이경규의 첫 에세이


이경규 씨는 대한민국 예능계의 대부로 불리는 사람이다. 예능 방송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보여준 그의 탁월한 진행 능력, 통찰력, 50년 가까이 다양한 미디어에 출연하고 있는 그의 생존력은 누구라도 당연히 인정한다.


책에도 언급되고 있는 ‘굵고 길게 산다.’, ‘박수 칠 때 왜 떠나는가.’ 등 그의 말은 딱 그가 할법한 말이다.


이 책은 그 이경규 씨가 출간한 첫 책이라고 한다. 심지어 3월 12일에 출간했는데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 3쇄를 찍으니 지금 몇 쇄를 더 찍었을지 궁금하다. 출판사가 영업 및 마케팅을 잘 하는 편인 ‘쌤앤파커스’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역시 연예인의 유명세는 대단하다.


다만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우연히 찾아 읽은 그의 책은 아쉬움만 남겨줬다. 애초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지만 역시나 그저 그런 사소한 글로 가득 찬 그의 이야기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책의 분량은 200페이지의 짧고 가벼운 책이지만 여백이 많아서 더 짧은 느낌이다. 읽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서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읽기를 추천할 수는 있겠지만 쉽게 추천하기는 미안한 책이다. 저자에게 나쁜 감정은 없다. 오히려 그를 오랜 시간 지켜봐온 팬에 가깝다. ‘이경규가 간다’를 특히 좋아했고,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도 매번 시청했다. 영화를 제작하는 그의 열정도 늘 응원했다. 하지만 그의 책은 좀 의아했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장과 장 별 10개에서 11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한마디로 전체 약 50개를 웃도는 짧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가장 아쉬운 점은 챕터의 분량이 짧다 보니 그의 이야기가 크다는 점이다. 어떤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조금 더 섬세하게 밀고 들어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어떤 결말이 나와야 하는데 이야기의 중간 지점에서 계속 챕터가 끝난다. 이야기를 조금 더 작게 만들어서 그 작은 이야기를 촘촘하고 구체적이며 조금 더 실질적인 이야기로 채워주면 좋겠지만 공갈빵처럼 텅 비어버린 채로 이야기가 끝난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긴 하지만 그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제일 답답했던 부분은 4장의 네 번째 챕터인 ‘어머니의 20년’이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두 번을 읽어도 와닿지가 않았다.


신춘문예 정도의 수필을 기대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연륜과 경험이 있으니 연예인의 책 중에 나쁘지 않았던 김창완 씨의 책이나, 장기하 씨의 책 정도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고명환 씨 정도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최근에 출간한 또 다른 연예인의 책인 뉴진스님의 에세이보다도 별로였다. 책의 서문에 앞서 다수의 유명 인사들의 추천사가 있다. 그 추천사들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동료 또는 후배들이 하는 응원으로 느껴졌다. 다시 말하지만 그에게 별다른 감정은 없다. 오랜 기간 그를 바라본 팬에 가깝다. 하지만 그의 이번 책은 그의 방송이나 인터뷰에서 이미 보고 읽어서 알법한 내용을 다시 읽는 느낌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쩌면 방송 관계자나 출판 관계자가, 만류하는 그를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설득하여 억지로 책을 출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다.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이라는 그의 책 제목처럼, 그는 실제로 농담 같은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박수 칠 때 떠나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의 생존력에는 존경심이 들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 그를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이해한다. 어쩌면 생겨나와 그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굶고 길게 사는 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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