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최한식 작가의 자서전이다. 작가와는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알고 보니 목회자였고, 57세라고 하시더니 사실은 57년생이라고 하시며 미소가 지어지는 농담도 할 줄 아시는 수필가이자 교육자 어르신이셨다. 프로그램 시간 내내 하시는 철학적인 말씀이 심상치가 않아서 서가에서 찾아본 결과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라는 것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분의 자서전이다.
작가는 <요한복음 한자로 보다>, <독서와 사고>, <독서와 사고2>, <변두리에 변두리가 산다>, <변두리가 사는 세상>, <변두리 인생길> 등 여러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였다. 그중에 도서관에서 눈에 띈 <변두리에 변두리가 산다>, <독서와 사고>, <변두리 인생길> 세 권을 읽었다.
일단 문장이 쉬워서 술술 읽힌다. 가독성이 좋다. 10여 년간 독서와 글쓰기 습작을 했던 경험 때문인지 탄탄한 배경지식과 연륜 그리고 미소 짓게 만드는 사실적인 묘사가 눈에 띈다. 사실 직접 만났던 최한식 작가에게 느낀 점은 참 겸손한 분이라는 것이다. 모른다는 것은 바로 모른다고 하셨고,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변도 탁월하게 해 주셨다. 그럼에도 본 수필집에 여러 번 서술된 바와 같이 본인을 무식하다고 인정하며, 무식한 것에 대해서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분이다. 닉네임 변두리도 중심에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모르는 것, 잘 못하는 것들이 많아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내가 보기에는 학자이며 선생님 같은 분이시다. ‘무지의 지’를 실천하시는 분이다.
이분이 더욱 대단한 점은 30년 이상 어려운 환경에서 목회자로 헌신하셨고, 환갑의 나이에 접어들 무렵부터 지금까지 계속 도전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만학도로 방송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최근에는 동대학의 컴퓨터과학과도 등록하셨다. 게다가 방송대 게시판에서 글쓰기 특강을 듣기 시작하여, 평생교육원에서 수필가 과정까지 수료하고, 지역사회에서 지원을 받는 수필가에 선정되어 지금까지 10여 년간 여러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신 것이다. 거기에 한자, 영어, 일본어, 동양철학을 공부 중이셨다.
작가의 가장 최근의 작품이 본 <변두리 인생길>이다. 본 책을 읽으면 어려운 시절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늘 좋은 생각을 반복하며 꾸준하게 낮은 자세로 항상 겸손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여러 문장들에서 배우고 생각할 부분이 많았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제일 마지막 장의 마지막 챕터 ‘결정적 순간이 온다’였다. 작가는 대나무가 갑자기 자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는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극복한 여러 가지 고난과 역경들을 예시로 들었다. 게다가 물의 끓는점, 누군가는 깨달음의 임계점이었다는 삼천 권의 독서, 진인사대천명, 고진감래, 자연이 변하는 속도, 극적인 드라마, 교통사고, 자연재해, 이카루스의 날개 등 예측 가능한 변곡점 또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곡점을 서술했다. 그래서 그저 노력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말씀이다.
마지막 단락, 마지막 문장이 특히 좋았기에 그 문장으로 본 서평을 마무리한다.
대나무가 결정적 순간 훌쩍 자라듯,
그 결정적 순간이 내게도 오고 있다.
뿌리에 양분을 저장하듯,
노력을 쉬지 않으면 반드시 그때가 찾아오리라는 걸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