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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발

여섯 작가의 인생 분투기

by 부소유

부제에서 말하는 그대로 여섯 명의 무명작가의 생존 산문 모음집으로 호기심에 갔던 출판기념회에서 알게 되어 찾아 읽은 책이다. 김미옥, 하서찬, 김정배, 김승일, 박지음, 강윤미 작가. 이렇게 여섯 명의 작가는 저마다의 힘든 사연으로 각자 그들만의 이야기를 농담처럼 웃기게 혹은 슬프거나 안타깝게 문장으로 표현했다. 무명 작가라고는 해도 각자 평생 글을 쓰면서 세상을 사유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각자의 인상적인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 글로 잘 풀어낸 것 같다.


산문집의 내용은 대체로 어떤 일을 꿈꾸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사람의 노력했던 경험, 좌절의 이야기다. 가정 문제, 혹은 환경 문제, 또는 먹고사는 문제이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벽에 부딪히게 되었고, 그 벽을 뚫기보다는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책의 대표 작가인 김미옥 작가의 서문 ‘단지 거기 있어주어서 고맙다는 말’, 그리고 이 책의 기획자인 박지음 작가의 프롤로그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겠습니다.’에서 이 책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뒤에 당연한 듯 보란 듯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좌절이 뒤따른다. 좌절을 경험하면 낙담하거나 비관한다. 그러다가 다시 뭔가를 해보려고 두리번거리지만 의지가 예전 같지는 않다. 아주 만약에 성공한 경우에도 그 기운은 오래가지 않는다. 언젠가는 어떤 이유로 실망한다. 이 책은 그 실망, 좌절, 실패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EBS에서 유명한 김민태PD는 젊은이들의 실패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연 젊은이만 실패할까. 아닐 것 같다. 누구나 실패는 한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실패는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인생에 있어서는 그 삶을 살아낸 한 인간만이 있을 뿐.


애초에 대충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생. 김정배 작가는 아쉬운 결과를 모아서 새로운 결과를 만드는 일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실패했던 경험과 왼손으로 엉망진창으로 그린 그림을 모아서 몇 차례 전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그렇게 HERO와 ZERO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한다. 하서찬 작가의 이야기는 정말 드라마틱 하다. 이상한 집단에 빠진 아빠와 정어리 공장에 갔던 남편의 이야기는 진짜 한 사람이 겪는 일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김승일 작가의 경험은 뼈아프다. 실제 뼈가 아프게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살았던 그가 이제는 성인이 되어 학교에 스스로 찾아가서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시를 읽으면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마음이 아프다. 여린 마음의 강윤미 작가, 스스로를 위한하는 박지음 작가, 무쇠 칼과 왼발의 아픔을 품고 살아가는 김미옥 작가까지 모두 이런 경험을 갖고도 글을 쓰며 견디며 살아가는 작가 정신이 대단하다.


산문집의 글들이 때로는 너무 개인적이거나, 너무 추상적이라서 공감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리얼리티를 발견해서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인생을 살아가며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하기보다는 과정에 충실하며 결과에 담담한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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