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서 있던 남자가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삼십 대쯤 되어 보였다. 검은 티셔츠에 금목걸이를 했다.
“몇 살이야?”
“스무살이에요.”
진우가 대답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대학생?”
“네.”
“어디?”
“인하대요.”
진우가 또 거짓말을 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였다. 신분증을 보자고 하지 않았다. 그냥 들여보냈다.
안으로 들어갔다. 길고 좁은 복도였다. 벽에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가수들 사진. 이승환, god, 핑클. 형광등이 깜빡였다.
복도 끝에 또 계단이 있었다. 더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2층인가. 음악 소리가 점점 커졌다. 댄스곡이었다. 쿵쿵거리는 베이스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야, 괜찮을까?”
내가 물었다.
“이미 들어왔잖아.”
진우가 웃었다. 불안한 웃음이었다.
계단 끝. 철문을 밀고 들어갔다.
눈이 아렸다. 담배 연기 때문이었다. 어둡고 뿌연 공간. 천장이 낮았다. 색색의 전구가 매달려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디스코볼도 돌고 있었다.
테이블이 빽빽했다. 플라스틱 의자에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대부분 이십대로 보였다. 몇몇은 우리처럼 어려 보였다. 아니, 우리만 어렸을지도 모른다.
“저기 앉자.”
진우가 구석 자리를 찾았다. 벽 쪽이었다. 스피커에서 멀었다. 그래도 시끄러웠다. 옆 테이블 대화 소리가 안 들릴 정도였다.
종업원이 왔다.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검은 티셔츠에 앞치마를 했다.
“뭐 드릴까요?”
“생맥주 두 잔이요.”
진우가 주문했다.
“안주는?”
“감자튀김이요.”
“1500 하시죠? 피처로?”
“아니요. 500... 두 잔이요.”
종업원이 피식 웃었다. 우리가 초짜인 걸 알았을 것이다. 주문서에 뭔가 적고 갔다.
주위를 둘러봤다. 한쪽에 당구대가 있었다. 네 개였다. 젊은 남자들이 큐대를 잡고 있었다. 다트판도 보였다.
“당구 칠 줄 알아?”
진우가 물었다.
“아니. 너는?”
“조금. 형이 가르쳐줬어.”
맥주가 나왔다. 유리잔에 거품이 가득했다. 진우가 잔을 들었다. 나도 들었다.
“짠.”
부딪쳤다. 거품이 튀었다. 한 모금 마셨다. 썼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본 것과 달랐다. 시원하지도 않았다. 미지근했다.
“맛있냐?”
“응.”
둘 다 거짓말이었다. 억지로 마셨다. 어른인 척하기 위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처럼 되기 위해서.
감자튀김이 나왔다. 기름 냄새가 났다. 케첩에 찍어 먹었다. 맥주보다는 나았다.
“형이 여기 자주 와?”
“가끔. 친구들이랑.”
“우리도 스무 살 되면 자주 올까?”
“그렇겠지.”
대화가 끊겼다. 음악이 너무 시끄러웠다. 뭐라고 말해도 잘 안 들렸다. 그냥 앉아서 주위를 구경했다.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다. 토요일 밤이 무르익고 있었다. 연기가 더 짙어졌다. 눈이 따가웠다.
“당구나 치자.”
진우가 일어섰다. 맥주잔이 반쯤 남아있었다. 나도 따라 일어섰다.
당구대로 갔다. 한 대가 비어있었다.
“백 원짜리 있어?”
“왜?”
“동전 넣어야 공 나와.”
주머니를 뒤졌다. 백 원짜리 두 개가 있었다. 진우가 하나를 받아 투입구에 넣었다. 공이 쏟아졌다.
“사구?”
“응.”
진우가 공을 세팅했다. 큐대를 집어 초크를 발랐다. 폼이 제법이었다.
“내가 먼저 칠게.”
진우가 허리를 숙였다. 큐대를 당겼다 밀었다. '탁' 소리와 함께 공이 흩어졌다.
“나 노란 공.”
진우는 제법 쳤다. 나는 형편없었다. 큐대 잡는 법도 몰랐다. 진우가 뒤에서 자세를 잡아줬다.
“이렇게. 왼손은 이렇게.”
공을 치다가 문득 시계를 봤다. 여덟 시 반이었다. 시간이 빨리 갔다.
“몇 시에 갈 거야?”
“한 게임만 더 하고.”
그때였다.
갑자기 음악이 끊겼다. 조명이 깜빡거렸다. 순간 조용해졌다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전인가?”
누군가 말했다.
그리고 비명이 들렸다.
“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