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감상했다. 공개되고 일주일이 넘었고 논란이 많다. 호불호가 있지만 불호의 비중이 큰 상황. 말 많은 곳에 탈기 많이 마련. 팬심으로 연달아 다 감상한 결과, 더 이상 드라마에는 주인공도 반주인공도 없었고 아기만 울고 있었다.
우선 인물들이 제일 아쉽다. 시즌 2부터 눈에 띄는 주연급 인물이 너무 많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 인물들은 서로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했다. 병헌이형의 역할은 갈수록 애매했고.. (대체 왜 대장 방이 그 난리가 났는데 끝까지 몰라..ㅠㅠ), 기훈이형은 캐릭터가 붕괴되었다. (기훈이 형!!ㅠㅠ) 전무후무 레전설을 찍은 오피스 드라마 미생의 듀오 장그래, 장백기도 저럴 수 있겠다 싶다가도 왜 저러는지 몰입하기 힘들었다. 더 글로리의 재준이는 또 왜 저런 억지 설정을 갖추고 나와서 고생만 하다가 가는 건지.., 타노스 (현실 약쟁이 논란 만들더니 거기서도 약쟁이냐..), 남규랑 민수도 과잉행동을 하며 좀 이상했지만 그나마 민수가 후반부에서 좀 선방했다고 본다. 그 난리통에서 출산을 했던 그녀.. (참 대단들 하다.. 갓난아기는 뭔 죄냐..), 그리고 또 동근이형.. (돌아와 줘 고복수!!ㅠㅠ), 할머니, 선녀님, 회장님 나오면 집중하기 힘들었고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마지막 게임 생존자들의 정치인화.. 부대장 희순이형은 지못미.. 이 밖에 탈북녀, 놀이공원 화가는 왜 나와서 분량을 잡아먹는지 모르겠다. 도시어부팀 황형, 최이사, 박선장은 진짜 뭐 배 타고 낚시하러 나왔나 싶다. VIP들이 나오면 이건 또 서프라이즈 장면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시즌 2에서 열연했던 정배형, 딱지남 공유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시즌 1은 이 정도로 인물들이 자리를 못 잡고 혹은 붕괴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드라마 하나에 진짜 너무 많은 인물을 넣었다. 그 인물들에게 너무 많은 클리셰를 넣으려고 하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것 같다.
사건과 배경도 좀 아쉽다. 오징어 게임은 그야말로 게임 구경이 제맛인데 게임보다는 개별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서사를 이끌어 가는 힘이 부족했다. 게임에 진심이었던 시즌 1과는 다르게 시즌 2, 3은 처음부터 게임, 어부, 탈북 이렇게 세 개의 트랙으로 서사가 진행되었다. 이 중에 사실상 어부, 탈북은 제외하고 게임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메인 서사에 전혀 영향도 없고 서사들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 두 개의 서사만 나오면 마치 억지로 분량을 차지하며 하루하루 일일드라마를 이어가는 그저 그런 드라마 같았다. 누군가는 시즌 2, 3에 의미를 부여하며 꿈보다 해몽 같은 해석을 하고 있지만 애초에 그런 의미를 갖고 제작했는지 의심스럽다. 감독도 인터뷰에서 시즌 2, 3은 계획에 없다가 갑자기 제작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렇게 1~2년 만에 제작한 시즌은 당연히 10년 가까이 준비한 시즌 1과 깊이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외부의 영향과 자본의 영향을 받은 감독은 생각보다 자유롭게 제작할 환경도 목소리도 내기 힘들었을 수 있다. 그렇게 안정을 추구하다가 식상해져 버린 게임이 되었다. 물론 좋은 평가도 안 좋은 평가도 모두 이해한다. 모두 까기 프로 불편러의 시선도 아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누구나 국내 콘텐츠를 응원하고 싶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비되고 무너지는 K 콘텐츠를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까워서 팬심의 마음으로 남기는 글이다.
어제까지 광화문 광장에는 오징어 게임 팝업 행사가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로 인산인해였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도 많았다. 해맑고 순순한 아이들이 과연 오징어 게임을 봤을까 싶다. 잔인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19금 드라마는 최대한 천천히 봤으면 싶다. 세상의 어두운 부분보다는 밝고 따뜻한 부분을 봤으면 싶은 어른의 마음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마음으로 오징어 게임 행사에 참여하는 아이들 모습은 바라만 봐도 흐뭇하다. 광화문 광장은 원래 사람들로 가득했던 광장이었는데 본 팝업 행사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복잡했고 때로는 진행요원 부족으로 행사가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35도를 넘어가는 이 무더위에 오징어 게임 병정 옷을 챙겨 입고 줄넘기 줄을 돌리거나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등 행사 진행에 애쓰는 병정들을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이것이 먹고살기 위한 어른들의 사정이다. 자본은 카카오 프렌즈 매장을 비롯 다양한 매장에 기다렸다는 듯이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넷플릭스 시청률은 아직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도 이어지는 혹평에 아마도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관련 주가도 급락 중이다. 이 소란도 지난 어떤 소란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것이다. 다만 아쉬움으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