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장발남 09화

거래처 미팅

by 부소유

2009년 4월, 입사 1년 4개월 차. 나는 이제 신입사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머리는 여전히 신입사원이었다.


“민수야, 다음 주에 중요한 미팅 있다. A기업 신규 프로젝트.”


팀장님의 호출. A기업은 업계 1위 대기업이었다.


“네, 준비하겠습니다.”


“참, 그리고... 외모도 신경 써. 그쪽 임원들이 좀 보수적이거든.”


외모 신경 쓰기. 그것은 더 짧은 머리를 의미했다. 미팅 전날, 또 미용실.


“이번엔 정말 짧게 해 주세요.”


“손님, 더 짧게요? 두피 다 보이는데...”


“그냥... 최대한 짧게요.”


거울 속 내 모습은 이제 익숙했다. 아니, 체념했다. 미팅 당일. 정장을 빼입고 거울을 봤다. 완벽한 '기업 전사'의 모습이었다. A기업 본사. 거대한 건물, 으리으리한 로비. 그리고 경직된 분위기.


“어서 오세요. 저희 상무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회의실. 탁자 너머에 앉은 세 명의 임원. 모두 50대 이상, 모두 짧은 머리.


“젊은 친구들이 왔네. 요즘 젊은이들 믿을 수 있겠어?”


첫마디부터 압박이었다.


“저희를 믿고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근데 요즘 젊은 애들 보면 말이야... 너무 개인주의야. 희생정신이 없어.”


팀장님이 재빨리 대답했다.


“저희 직원들은 다릅니다. 특히 김민수 대리는 정말 성실하고...”


“오, 그래?”


상무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위아래로 훑어봤다.


“음, 단정하네. 요즘 보기 드물게.”


“감사합니다.”


“군대는 다녀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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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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