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장발남 10화

승진과 머리카락의 반비례

by 부소유

인사발표가 났다.


“김민수 대리, 과장 승진 대상자 명단에 올랐어.”


팀장님의 통보. 5년 만의 첫 승진 기회였다.


“감사합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야. 인사위원회 평가가 남았으니까.”


인사위원회. 임원 5명이 승진 대상자를 직접 면접하는 자리. 능력보다는 '임원의 눈'에 들어야 하는 관문이었다.


“참, 그리고...”


팀장님이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이건 공식적인 건 아닌데... 외모 관리 철저히 해. 특히 머리.”


“네? 제 머리가 문제 있나요?”


“아니, 지금도 괜찮은데... 좀 더 짧게 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


지금도 충분히 짧은데, 더 짧게? 이미 두피가 훤히 보이는 수준인데?


“전무님이 그런 거 엄청 중요하게 보시거든. 리더의 품격이라면서.”


리더의 품격. 그것이 머리 길이로 결정되는 것인가.


그날 저녁, 아내에게 말했다.


“과장 승진 심사 받게 됐어.”


“정말? 축하해!”


“근데... 머리를 더 짧게 해야 한대.”


아내가 내 머리를 만져봤다.


“더 짧게? 이미 까끌까끌한데?”


“그러니까...”


“에휴, 그런 걸로 평가하는 게 말이 돼?”


말이 안 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미용실에 갔다.


“더 짧게요? 손님, 지금도 거의 스킨헤드 수준인데...”


“그냥... 옆머리는 거의 밀다시피 해주세요.”


“승진 심사 있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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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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