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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과 부뤼노 라투르

by 부소유

본 텍스트는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 말씀대로 내가 어렴풋하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 혹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싶었던 것이다. 심귀연 작가의 <이 책은 신유물론이다>는 그야말로 인간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그 사고의 확장과 폭력을 우려하는 이론이다. 본문 1장에서는 물질에 대한 새로운 정의, 어쩌면 그동안 인간 위주로 만들었던 정의를 다시 정리하는 정의를 하고 있다. 유물론과 신유물론, 실재와 정신, 인식론의 맹점,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던 물질, 게다가 기후위기까지 보다 명확하게 실질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정의에 매우 공감한다.


특히 기후위기에 대한 단락이 아주 좋았다. 그냥 좋았다기보다는 글이 하고자 하는 말이 이해가 되면서 머릿속에 막혀 있던 부분이 시원하게 열리는 기분을 받았다. 우리가 처해있는 온난화, 요즘 같은 이상기후, 그로 인한 자연재해 등은 그동안 인간이 무시했던 물질들이 만들어낸 상황이다. 인간 문명이 계속 변하고 있듯, 물질 또한 계속 변한다. 본문에 인용된 영국의 대기과학자가 ‘가이아의 분노’를 말했듯 지구가 변하면서 인간 생존에 불편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더 이상 인간 위주의 생각과 확장은 우리가 자연이라고 퉁 쳐서 말하는 물질들에게 폭력이 될 수밖에 없고 그 폭력이 다시 우리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지구에는, 그리고 더 넓게 우주에는 인간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2장에서는 신유물론자들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인간 중심주의를 거부하는 신유물론자들의 생각에도 매우 공감하여 문장을 몇 번을 곱씹어 읽었다. 그중 브뤼노 라투르는 신유물론의 선구자라고 한다. 그는 ‘행위자 연결망 이론’에서 인간과 비인간은 모두 행위자로 존재한다고 했다. 아주 맞는 말이다. 세르의 ‘매개의 존재론’,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들뢰즈의 ‘내재성 개념’ 모두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을 벗어나게 해주는 사고의 확장을 말하고 있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는 위계가 없다. 인간은 어떤 물질을 보면 하고 싶고, 갖고 싶어 한다. 그것은 물질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 물질과 연결되는 것이다. 다양한 연결은 더욱 다채로운 상황을 만들고 그것은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나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행위의 주체가 인간이더라도 어떤 상황이든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어떤 경우에는 인간은 연결을 위해 노력을 한다. 본서에서는 그것을 ‘번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그 ‘번역’의 확장된 개념이다. 관심을 갖고 있다가 개입을 하고, 가입을 하고 끝으로 동원한다. 그렇게 집단이 생기며 그 안에서도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물론 이것 또한 인간뿐만이 아니라 비인간, 즉 물질과 상태 안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과정의 연장선이다. 우리 인간이 우려하는 기후위기, 생태위기 모두 같은 과정에 속해있다. 하지만 이것들 또한 인간 위주의 위기인 것도 맞다.


라투르 이외에도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카렌 바라드 이렇게 총 다섯 명의 신유물론자들이 언급되어 있다. 포스트 휴먼이 되기 위해 변화하는 몸, 인간과 사물관점에서 걷고 말하는 무기질 인간, 공생의 조건인 관심, 회절적으로 자기를 만지는 일까지 아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3장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총 정리하는 관점에서 임박한 종말, 자연을 지배할 수 없다, 이분법의 문제들,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짧게 서술되어 있다. 모든 내용에 공감한다.


끝으로 본 텍스트를 읽으며 확신이 들었다. 나는 신유물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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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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