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깨기냐 알박기냐
우연한 초대. 그리고 세렌디피티. 마로니에 공원 근처 고즈넉한 강연장에서 진행된 장한섬 대표의 오페라 강연은 단순히 음악과 무대예술을 해설하는 차원을 넘어, 예술을 통해 인간의 역사와 사회, 그리고 삶의 본질을 통찰하게 만드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나는 강연을 들으면서 오페라라는 장르가 왜 수백 년 동안 인류와 함께 이어져 왔는지를 새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강연의 시작에서 언급된 카르멘의 불멸성은 오페라가 단순히 하나의 공연 예술이 아니라 인간이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권력과 자유의 주제를 담고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한 작품이 시대를 넘어 불멸하는 이유는 결국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우리 세대가 부모 세대처럼 희생과 헌신을 삶의 모토로 삼지 않는 것도, 어쩌면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이전보다 더 강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에 대한 맥락을 예술과 연결 지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산업화 시대에 물질적 성과를 얻었지만, 그것이 곧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체감하는 현실이다. 이 강연에서 장 대표는 세계 체제의 균열, 달러 중심의 시대가 흔들리고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는 과정까지 엮어 설명해주었는데, 예술을 통해 사회와 세계의 구조를 비추는 방식이 매우 인상 깊었다.
베르디, 바그너, 비제 같은 거장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의 음악이 단순히 아름답고 장중한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당대 예술가들이 겪었던 고민과 시대정신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크게 공감되었다. 모든 예술가가 인간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라는 동일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설명은, 예술의 본질이 인간 존재를 넘어서는 시도임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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