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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하리

집중 맞은 도둑력? 도둑맞은 집중력!

by 부소유

교보문고를 나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요한 하리가 말한 그의 책 <도둑맞은 집중력>의 여러 가지 예시들이 가슴에 와닿았다. 그의 북토크 강연에서 듣게된 대부분의 말은 이미 조승연 유튜브 채널의 요한 하리 인터뷰 편에서 들었던 내용들과 상당히 중복되었지만 다시 들어도 충분히 공감 가능한 이야기들이었다. 종종 너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아이러니하게도 집중하기 어렵고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의 말은 계속 다시 들으며 되새겨야할 인간에게 중요한 내용들이었다. 그런 그의 말을 실제로 듣고 나오니 마치 누군가 내 방에 몰래 들어와 책의 순서를 뒤섞고, 책갈피를 모두 빼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스마트폰을 꺼내려다 멈췄다. 하리가 말했던 MIT 신경과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한두 가지만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내 손 안의 이 작은 화면은 수십 개의 알림을, 수백 개의 정보를, 수천 개의 자극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마치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열 권의 책을 펼쳐놓고 한 줄씩 번갈아 읽으려는 것과 같은 미친 짓이었다. 문득 작년에 읽다 만 책들이 떠올랐다. 어떤 장편 소설은 3장에서 멈춰 있고, 어떤 에세이는 서문만 열 번쯤 읽었으며, 어떤 장르를 모르는 책은 아예 비닐도 뜯지 못했다. 책상 위에는 반쯤 읽은 책들이 지층처럼 쌓여 있다.


하리는 우리 주의력의 네 가지 층위를 설명했다. 그것은 스포트라이트, 스타라이트, 데일라이트, 그리고 스테디엄 라이트.


스포트라이트는 지금 당장의 한 가지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책을 읽을 때 한 문장, 한 단락에 온전히 몰입하는 그 순간. 레이디 가가의 무대를 비추는 조명처럼, 오직 그 한 점만을 향한 집중. 그런데 요즘 나는 한 문단을 읽는 동안에도 카톡 알림 소리에 귀가 쫑긋해진다.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계속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는 관객처럼.


스타라이트는 장기적 목표를 수행하는 능력이다. 사막에서 별을 보고 방향을 찾듯이, 긴 호흡의 독서나 글쓰기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힘. 소설 한 편을 끝까지 쓰거나, 철학서 한 권을 완독 하는 것. 그러나 이제는 트위터 혹은 페이스북의 100자도 버거워하는 우리가 어떻게 톨스토이의 2000페이지를 견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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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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