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인문학 - 발효의 과학을 향으로 읽는다
도서관 복도를 걸을 때마다 나는 종종 책 냄새에 취한다. 오래된 종이가 풍기는 그 특유의 향,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묵직한 공기. 그런데 이번 주말, 도서관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향을 맡았다. 바닐라, 카라멜, 그리고 말린 과일의 향. 바로 위스키였다. ‘위스키 인문학 - 발효의 과학을 향으로 읽는다’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평소 위스키에 관심은 있었지만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졌던 나에게, 도서관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진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 같았다.
강연은 바텐더의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되었다. “저는 위스키를 굉장히 싫어했었어요.” 20년 경력의 바텐더조차 처음엔 위스키를 이해하지 못했다니. 그 말이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사람들이 테이블에서 한 병을 뚝딱 비우는 모습을 보며 “왜 이걸 마시지?”라고 생각했다는 그의 솔직함이 강연장의 분위기를 한결 편안하게 만들었다. 위스키 제조 과정에 대한 설명은 마치 한 편의 서사시 같았다. 보리가 물을 만나 싹을 틀고, 효모가 당을 먹어 술이 되고, 증류를 거쳐 맑아지고, 오크통 속에서 세월을 머금는 과정. 시간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도 술과 사람에게는 시간이 지나면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이 특히 인상 깊었다. 결국 위스키도, 사람도, 책도 모두 시간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웠던 건 밀주업자들의 이야기였다. 단속을 피해 도망치면서 오크통에 술을 두고 갔던 그들이, 몇 년 후 돌아와 발견한 건 색을 머금고 깊은 풍미로 무르익은 위스키였다. 우연과 필연, 절망과 희망이 만들어낸 발견.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시음 시간이 되었을 때, 솔직히 긴장되었다. 앞에 놓인 두 잔의 위스키. 하나는 짙은 호박색의 버번 위스키 ‘와일드 터키’, 다른 하나는 깊은 적갈색의 싱글 몰트 ‘글렌드로나크’. “위스키를 접하기 전에는 먼저 물을 한 모금 드시면서 입을 린스 하세요.” 강사의 안내에 따라 물을 마시고, 잔을 들어 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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