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자리 5

by 부소유

사고는 평범한 오후에 일어났다. 양 소장은 지인의 차를 얻어 타고 시내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래전 관리사무소에서 함께 일했던 박 반장이 그 근처에 용건이 있다기에 같이 타고 왔다. 박 반장의 낡은 소나타가 아파트 단지 앞 사거리에서 정차했을 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 큰 충격은 아니었다. 양 소장의 몸이 앞으로 가볍게 쏠렸다가 돌아왔다. 뒤를 보니 흰색 SUV가 범퍼를 맞대고 있었다. 운전석에서 젊은 남자가 당황한 얼굴로 내렸다.


경미한 후미추돌이었다. 범퍼에 흠집이 난 정도. 박 반장은 별일 아니라고 했지만 양 소장은 목이 뻣뻣했다. 구급차를 부를 정도는 아니었으나 허리와 목에 통증이 있었다. 양 소장의 나이와 기저질환을 고려해 보험 처리로 한방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 일주일이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의사가 말했다. 양 소장은 침대에 누워 최 여사에게 전화했다.


- 은총이 밥 잘 챙겨줘. 약도 먹여야 하고.


최 여사가 전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 사람이 병원에 있으면서 개 걱정이야? 제정신이야?


양 소장은 웃었다. 그 웃음에 미안함과 걱정이 섞여 있다는 것을 최 여사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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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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