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의 자리 6

by 부소유

새벽 네 시, 최 여사가 이상한 기척에 잠을 깼다. 거실에 불을 켰다. 은총이가 담요 위에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다. 숨을 쉬지 않았다. 최 여사는 은총이 앞에 쪼그려 앉아 코 앞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최 여사는 은총이의 몸을 만져보았다. 미지근했다. 아직 체온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생과 사의 경계에 있는 온도.


최 여사는 은총이를 수건으로 감쌌다. 어제 목욕시킨 후 말려주었던 그 수건이었다. 최 여사의 손이 능숙했다. 치매와 중풍을 앓던 시어머니를 십 년간 모시며 익힌 손놀림이었다. 사람을 뉘이고 감싸는 일과 개를 뉘이고 감싸는 일이 이렇게 비슷할 줄은 최 여사도 몰랐을 것이다. 생명을 떠나보내는 일에는 귀천이 없었다. 그저 따뜻하게 감싸주는 손만 있으면 되었다. 그리고 과일 상자를 가져와 은총이를 눕혔다. 수건으로 감싼 몸이 상자 안에 딱 맞았다. 은총이가 작아져서가 아니라, 원래 이 정도 크기였다. 살아있을 때는 더 커 보였다. 움직임이, 체온이, 숨소리가, 존재를 실제보다 크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부소유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2,24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