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을 위하여.
나는 강북 끝자락에 있는 곳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고등학교 때 내가 다녔던 입시학원이 서초 쪽에 있었는데, 내가 살고 학교 다녔던 강북은 교복치마가 길었던 게 유행이였고, 강남쪽 유행은 치마가 무릎 위에 까지 오게 짧게 입는 것이였다.
학교 끝나고 교복을 입을 채 3호선 남부터미널 역에 내리면 개찰구에서 치마를 돌돌 말아 올라 무릎을 보이게 하곤 했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 학원을 같이 다니던 남자아이가 서초에 유명한 남고였던 **고를 다니고 있었는데, 사실 난 그학교가 유명한지 어떤지 몰랐다. **고를 못알아듣고는 순진한 얼굴로 그래서? 라는 나를 가르치듯 무시하던? 그에게서 처음 학군지의 존재를 알았던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성동구는 정말 살기가 좋다.
(약간의 언덕을 감수해야하지만) 사통팔달 서울 어딜 가든 뛰어난 접근성과 편리한 교통, 서울숲이라는 녹지, 성동구의 뛰어난 일처리 능력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지만,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에 거의 모든 엄마들이 한번씩 고민한다.
"학군지 가야하나?"
남편과 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10년 뒤 아이가 고등학교에 갈 무렵에는 교육의 세계가 많이 바뀔거라고, 아이가 많이 줄어 대입이라던지 사교육이라던지 많이 바뀔 수 있을것이라며, 교육으로 등떠밀려 가는 이사는 절대 반대 한다.
나도 당장 할머니 손을 빌려야하는 입장에서 이사를 당장 실행하긴 어렵지만, 주변의 엄마들이나 환경을 봐도 이사를 한번씩 고민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대치, 목동으로 가게 되면 이 고민은 끝나게 될까.
아이가 학군지의 학교에 입학하고 그에 맞는 학원을 다니게 되면 나의 의무를 다한 걸까.
일단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최소 3~5억 정도는 있어야 대치동의 24평 아파트에 갈 수 있을까 말까 하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30평대인데. 나의 생활 공간과 맞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세팅해야 하는 학원들. 대치동에 가서 과연 학원없이 버틸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신 했는데, 교육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버린다.
지금의 영어유치원에도 한달에 200만원이 드는데, 초등학교에 가면 내 퇴근시간에 맞을 때 까지 일명 뺑뺑이를 돌리며 학원을 보내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200만원은 우스울 정도의 사교육비를 쓰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의 노후 준비는 지금도 엉망인데 더 최악으로 치닫을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아이에게는 좋을까?
학군지에 가는 이유 중에 하나가 분위기, 그리고 나름 평탄한 아이들 사이에서 생겨난 관계의 안정성이라든지 그런 것도 있다고 한다.
내가 만났던 고등학교때 그 친구처럼 학교의 레벨?에 따라 자존감이라든지 자신감이 생길까.
그게 과연 아이에게 좋은 건 맞는걸까.
이래저래 나에게 수지타산은 맞지 않는 학군지로의 이동이다.
한달에 200만원씩 차곡차곡 모아 20살때 짜잔 하고 아이에게 사업자금이라든지 대학 등록금으로 쓰게 하는게 더 나은 건 아닌가. 그럼에도 이걸 고민하는 것은 돈과는 맞바꿀 수 없는 아이의 미래 그리고 현재이기에 수지타산으로는 계산 되지 않는 맹목적인 사랑인걸까.
모르겠다. 일단 공부 싹이 보이면 학군지로의 이동을 생각이라도 해보겠지만
이녀석. 공부나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로봇, 칼, 그림그리기에만 관심이 있어 일단은 보류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말이 요새는 한국에서만큼은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고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