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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Jun 13. 2023

당신은 좋은 팀원/팀장인가요?

Part12. 퇴사한 팀원의 솔직한 피드백

하루 아침에 팀장이 됐다.

스스로 선택한 부서이동과 맞바꾼 승진이었지만, 팀장 인생은 1회차라 그야말로 모든 것이 서툰 리더였다.


익숙치 않은 사무실, 기존과 달라진 업무, 게다가 최단기 여자 팀장이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과 팀장들 중 가장 어린 나이까지. 초반엔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실수하면 어떡하지, 어리다고 얕보면 어떡하지, 아직 팀장이 되긴 이르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걱정과 달리 시간은 미친 듯이 빠르게 지나갔고 다행히도 좋은 성과를 낸 덕에 2명의 팀원으로 시작한 팀은 어느새 9명의 팀이 되었다. 

신입팀장의 성과가 좋다는 명예를 얻었지만 동시에 나의 야근도 늘어났다. 모두가 기피하는 잡무는 나를 포함하여 공평하게 나눠 분담고 각종 부서회의에 참석했다가 돌아와 팀원들의 프로젝트에 피드백을 주다 보면 정작 내가 해야 할 일은 퇴근시간이 훌쩍 지나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땐 그게 팀장의 역할이자 숙명이라 믿었다. 팀원들이 힘들어하는 일은 같이 하고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고 사적으로도 적당히 어울려 지내는 것까지. 그렇게 하면 좋은 팀장인 줄 알았다.



그만하고 싶어요, 팀장님.



좋은 팀장이 아니었다는 것은 아끼던 팀원이 퇴사를 결심한 날 알았다. 업무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보다는 그에 앞서 일을 쳐내주길 바랬고 본인 스스로 생각하며 일하길 바랬던 것이다. 팀원들이 부서장, 더 나아가 회사에서 인정받길 바라며 했던 내 행동들은 어찌보면 팀원들이 바라는 팀장의 모습과 정반대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타팀의 팀장들은 나와 달랐다.

팀 안에서는 팀원들을 직접적으로 돌보지 않을지언정 밖에서는 팀원들을 위해 마치 싸움닭처럼 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었다.


가장 아끼던 팀원이 솔직히 말해준 덕분에 내 업무 모습을 되돌아봤고 날부터 나를 바꾸기로 했다.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그저 좋게만 지냈던 타팀과도 팀을 위해 의견이 다르면 맞서기도 했고, 부서장에게는 그저 예스맨이었던 모습에서 미리 분석한 데이터와 자료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모습으로 바꿨다. 팀원들에게는 그저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방향성만 설명해주고 나머진 팀원의 자율성을 믿고 맡겼다.


바꾼 모습으로 일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당시 막내 팀장을 그저 귀엽게만 봐주고 속으로는 내심 인정하지 않았던 타팀 팀장들은 어느새 내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고, 굳이 상사 뜻을 전적으로 따르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팀원들의 자유도를 높이니 더 좋은 퀄리티가 나오기도 했다.




바뀌기 전 내가 했던 행동들은 좋은 팀원의 모습일 수는 있으나 팀장으로서는 영 꽝이었던 것 같다. 막상 그 말을 들었던 당시에는 마음의 상처도 입었었지만, 그 팀원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깨닫는 데 오래 걸렸으리라.


각 직급에는 어울리는, 기대하는 업무 태도가 있는 것 같다. 많은 회사에서 직급을 없애고 수평조직으로 바뀌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몇 년 차인지는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직급에, 연차에 부응하는 모습일까? 한 번쯤 상기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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