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보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전회사에서 만난 D는 이런 사람이 드라마 속이 아닌 현실에도 정말 있다는 것을 알려준 분이다.
당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친구들에게 말할 때 직원 D를 지칭하는 말은 '똥빠남'이었다. 비속어이긴 하지만 동의어로는 '샤바샤바한다'가 있으며 실 뜻은 '아부하는 것에 미친X'이다. 샤바샤바 보다 더 강력한 표현이 필요한 분이셨기에 '똥X 빤다'를 활용했었다..
D는 너무나도 철저하게 선을 긋는 사람이었다.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윗사람들을 챙기며무조건 충성적이었고 반대로 직급이 낮거나 같더라도 파워가 없는 사람은 철저히 무시하고 배제했다.
열심히 준비한 본인 팀원의 보고서와 데이터를 "이건 됐고"라는 한마디로 무시했고, 동일한 의견임에도 윗분들이 말하면 어떻게 그런 좋은 생각을 하셨냐며 본인도 동의한다고 박수를 치던 사람이다.당연하게도 그의 팀원뿐만 아니라 윗분들을 제외한 부서의 모든 직원이 그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진 그럴 수 있다고 머리로는 이해했었다.
그를 돌이켜보면, 가장 늦게 팀장으로 진급해 팀장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새내기 팀장이었고 승진시켜준 분이 그가 그토록 충성하는 본부장이었다. 심지어 본부장은 본인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데도 무슨 조상님 모시듯행동하는 것을 보며 안타깝다고도 생각했었다.
그의 '야근러 = 일잘러'라는 인식으로 보여주기 식의 야근을 하며 이상하게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할 때도 그러려니 했었다.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진.
모두가 바빠 화장실도 못 가며 일할 때 그는 이상하게도 늘 자리에 없었다. 그가 내게 자료를 넘겨줘야 내 야근이 끝날 것이었음에도 으레 외부미팅 갔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웬걸. 헬스장 사우나에서 자고 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디세요 D팀장님"
부서 단체 메신저 방에 글을 남겼다. 한동안 답변이 없는 그에게 한 번 더 말했다.
"지금 8시가 넘어가는데요, 어제까지 달라고 말씀드린 자료 아직 안 주셔서 D팀은 그냥 빼고 진행할게요."
5분이 지났을까 D가 헐레벌떡 사무실에 들어왔다.
"에이 이팀장님미안해요~~ 지금 바로 해서 줄게. 오빠가 오늘 술 한잔 쏠게~~"
저게 말이야 방구야. 바로 해서 줄 수 있었으면 데드라인은 왜 넘겼으며 회사에서 오빠? 갑자기 술?
원래도 능글맞은 장난을 잘 치던 사람이긴 했지만,뻔히 본인 때문에 끝내야 할 일을 못하고 많은 직원들이 사무실에 있음에도 평소처럼 장난으로 넘어가려는 태도에 화가 나 처음으로 개정색을 하며 사무실에 다 들리도록 면박을 줬다.
그동안은 나보다 나이도 11살이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욕해도 안타깝다고 생각하며 존중해 왔는데 그 순간엔 존중해 줄 가치를 못 느꼈던 것 같다.
그의끝은 말 그대로 '몰락'이었다.
인턴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능글맞은 장난을 친 그는 결국 성희롱으로 사내 고발이 되어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그의 자리는 없어졌다.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 어떤 직장이나 집단이나 일정 비율의 또라이는 존재한다는 법칙
너무나도 공감하는 말이다. 어느 직장을 가던, 어느 부서를 가던 항상 존재했다. 많은 또라이들을 만나며 든 생각은 또라이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 나에게 피해를 주는 또라이
-피해를 주지 않는 또라이
또 하나 깨달은 것은 그들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도,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다는 것. 피해를 주는 또라이는 결국엔 끝이 좋지 않을 것이며 피해를 주지 않는 또라이는 무시하면 그만이다.
슬프게도 또라이에게도 무뎌지는 것이 정신건강엔 좋은 것 같다. 회사생활하며 가장 억울한 것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건강 악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