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어색하게 느껴진 적이 있나요?

Part13. 우당탕탕 신혼일기

by 부캐스트

요즘 우리 부부는 따로 자고 있다. 신혼인데?

하겠지만 남편은 몸에 열이 많고 더위를 잘 타지만 나는 정반대라 서로의 효율을 위해 나는 침대에서, 남편은 침대 바로 옆 바닥에 이불을 깔고 선풍기를 틀고 잔다.


평소처럼 누워 각자 웹툰과 유튜브를 보던 밤, 남편이 말을 꺼냈다.


여보, 나 요즘 좀 기분이 이상해.


신혼 6개월 차인 지금, 우리는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아늑한 보금자리에, 각자 만족스러운 직장, 퇴근 후 함께하는 취미생활, 효율적인 집안일 분담,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 확장된(?) 사랑의 감정까지. 원하던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요즘 내가 되게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


남편 얘기를 듣고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잔소리 대마왕이 되어 있었구나.'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것부터, 식사 후 바로 치우는 것, 자고 일어나면 이불 정리를 하는 것 등 아주 사소한 것에도 남편과 나는 성향 차이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의견을 말하면 주로 남편이 내 성향에 맞춰 움직여줬다. 남편이 재연해 준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되짚어보니 말 그대로 '잔소리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이 물건은 작은 방 서랍에 놔야지 왜 자꾸 나와있어?

-주말은 여보가 설거지하는 날이잖아, 왜 아직도 설거지가 그대로야?

-여보, 이불 바닥에 그대로 두고 가면 그 위에 먼지 쌓이잖아, 개고 가야지.


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서 남편은 스스로를 자책했다고 했다.

'내가 왜 또 그랬지?' "아 맞다! 미안.."

그러다 보니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졌고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남편과 얘기를 나눈 후, 하루아침에 성향을 바꿀 수는 없으니 어투를 먼저 바꿔보기로 했다.

-여보 이 물건 다 쓴 거예요? 다 쓴 거면 내가 갖다놓으려구.


남편 또한 더더욱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에도 5분 더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우리 좀 어색하지 않아..?


정말 이상했다.

분명 내가 원하는 대로 남편이 아주 잘 맞춰주고 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고 왠지 모를 어색함이 있었다. 속으로 한 번은 참고 좋은 말로 바꿔 말하는 것도, 남편이 내 눈치를 보며 헐레벌떡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도 뭔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느낌이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련의 과정'이라는 것.

30여 년을 각자 살다가 서로에게 맞추는 과정이다 보니 부자연스러운 것이 당연할 수밖에.


오늘 글은 우연히 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장동민이 말한 일화로 마무리해야겠다.

"아내가 세수만 하고 나오면 화장실 사방으로 물이 튀어 있더라구요? 도대체 어떻게 세수를 하길래 물이 이렇게 튀나 몰래 지켜봤어요. 거의 CF모델처럼 허리를 숙이지 않고 세수를 하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어요.
아, 저렇게 세수를 해왔던 사람이구나. 평생을 이렇게 세수를 했을 텐데 변할 수 없겠구나.
그래서 그때부턴 아내가 세수하고 나오면 제가 가서 화장실 정리를 해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이 정도쯤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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