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시댁/처갓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Part12. 내겐 너무 어려운 시댁

by 부캐스트

사위 사랑은 장모님,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데 이 말대로 라면 우리는 현재 사랑이 결핍(?)되어 있다.


친정과 시댁에 각각 특이점이 있다.

친정은 내 개인적인 이유로 엄마와 연을 끊어 남편도 나를 따라 장인어른과 처제와만 얼굴을 보고 있다. 시댁은 최근 어머님이 외국에서 재혼을 하셔서 시아버지를 영상통화로만 인사드렸으며 아직 한 번도 직접적으로 만나 뵙지 못했다.


얼마 전 엄마의 음력 생일이었다.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엄마의 생일이지만 난 엄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때 가장 난감한 사람은 남편이다. 아내가 엄마와 연락을 하지 않다 보니 중간에서 항상 진땀을 흘린다. 이번에 처음 맞이한 생일날에도 오도 가도 못하던 남편은 홀로 장모님께 생신 축하 카톡을 남겼다. 사위마저 차단을 한 것인지 아무 잘못 없는 그저 내 남편일 뿐임에도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메세지에 숫자 1이 띄워져있다.


시어머님이 재혼과 함께 외국으로 이민을 가시기도 했고 워낙 어머님 사상이 젊고 열려있어 주변에서 흔히 얘기하는 시댁과의 고충은 전혀 없다. 일주일에 한 번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만 간단히 묻고 New 시아버님과 약간의 담소만 나누면 며느리로서의 내 임무는 끝이 난다.



한 달 전 주말에도 어김없이 어머님께 페이스톡이 걸려왔다. 시차가 반대라 한국시간으로 보통 주말 오전에 전화가 오는데, 그날은 정말 일어난 지 5분도 안 된 때였다. 전날에 씻지 않고 잠든 터라 머리도 얼굴도 엉망이어서 남편만 간단히 통화를 하도록 살짝의 눈치를 주었다.


내 싸인을 보지 못한 남편은 통화 중에 어김없이 나에게도 카메라를 돌려 바톤을 터치하였고 핸드폰에 비친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정말 가관이었다.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에 간단히 인사를 하고 핸드폰을 잡고 있는 남편의 손을 남편 쪽으로 돌렸다.


그 다음주에도 또다시 잠결에 전화를 받게 되었고 또 내 싸인을 보지 못한 남편 덕에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결혼 후 살이 좀 찌기도 했지만 아버님이 내 모습을 보시더니 살이 좀 올랐다며 농담으로 여자는 결혼해도 관리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씀하셨다.

내가 보낸 싸인을 남편이 눈치채지 못한 것도, 남편이내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버님의 말도, 그냥 모든 것이 짜증이 난 내 표정을 감추지 못했었나 보다. 어머님은 평소보다 빠르게 통화를 종료하셨고 그 이후 몇 주간은 영통이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오늘 전화가 걸려왔다.

페이스톡이 아닌 보이스톡으로.


남편이 나 몰래 말을 한 것인지, 어머님이 내 눈치를 보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보이스톡으로 전화가 온 것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남편이 통화 중에 "지금 OO이도 옆에 있어" 라며 자연스레 나도 인사를 드렸는데 오늘은 바로 옆에 있음에도 나를 바꿔주지 않았고 어머님도 따로 나를 찾지 않은 채 통화가 종료됐다.


나도 인사드리려 했는데 나 왜 안 바꿔줬어?

-여보 통화하는 거 싫어하잖아.


내가 한 최근의 행동에 남편은 내가 통화 자체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하긴 그때 다시 잠들어서 내 생각을 말하지 않긴 했다.


나 통화하는 거 안 싫어하는데?

-아 그래?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럼 다시 통화하자!

바로 다시 전화를 걸어 어머님과 인사 후 아버님도 바꿔주셨는데 예전과 다르게 내게 존댓말을 쓰셨다.



통화가 끝난 후 불편한 마음에 남편과 일련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남편과 나는 친정, 시댁에 대한 의미가 같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었다.


남편은 친정도 시댁도 이제 모두 한가족이기에 어떤 모습을 보이건 크게 괘념치 않으며 오히려 단점도 민낯도 모두 보여주는 것이 찐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 말도 물론 동의하지만, 일반적인 고부관계처럼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라서 더더욱 이왕이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멀리 외아들을 남겨놓은 어머님 입장에서 이왕이면 며느리가 아들을 더 잘 챙기는 모습을 바라실 거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상견례 자리에서 어머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다.

"며느리를 딸 같이 생각한다고들 많이 하는데, 전 이 말이 더 불편하더라구요, 물론 우리 며느리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딸이 아닌데 어떻게 딸이 될 수 있겠어요, 되려 서로 불편한 말인 것 같고 적당한 며느리-시어머니 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자주 뵙지 못한 어머님과 아버님을 내심 완전한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나 싶기도 하다. 딸로도 살가운 성격이 아닌데, 엄마와도 연락조차 하지 않는데 통화할 때마다 밝고 살가운 척하는 것이 사실 불편하기도 했던 것 같다.


아직은 신혼 6개월 차라 시댁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은 살짝 내려놓고 적당한 며느리가 되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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