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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Sep 24. 2023

신혼집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Part3. 급매 계약을 결심하기까지.

첫 부동산 방문에서 치욕을 느낀 후 서너 개의 부동산을 더 다녀왔다. 확 마음에 드는 것 없이 뭔가 애매하던 찰나에 두 번째 방문했던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급매가 하나 생겨서 연락드렸어요.
한 번 보시러 오시겠어요?


급매? 유튜브, 블로그에서는 모두 사지 말랬는데..

집주인이 급히 외국으로 떠나게 되어 급매로 내놨다고 했다. 아파트명을 듣고 검색해 보니 600세대 정도 되는 단지에 아파트 입구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으며 지하철 역과는 걸어서 10분 내에 있어 일단 위치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남편은 연차를 내기 어려워 혼자 방문 약속을 잡았다. 아파트 주변도 돌아보기 위해 약속 시간보다 일찍 지하철역에 내렸다. 출구에서부터 직진으로 걸어서 정확히 9분이 걸렸고 가는 길도 깔끔했으며 밤에 걸어도 무섭지 않을 대로변이었다. 근처에 경찰서, 시청, 우체국, 동사무소가 있어 기대감이 점점 높아졌다.


그러나 집주인과 인사 후 들어간 집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30년 정도 된 구축 아파트라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집주인이 살면서 샤시 외에는 하나도 수리를 하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경악스러웠다.


23평이라고 하기엔 짐이 많아서 그런지 너무나도 좁아 보였고 구축답게 거실과 주방 사이에 툭 튀어나온 벽 때문에 더더욱 답답해 보이는 집이었다. 심지어 나무로 된 싱크대장은 일부가 썩은 것처럼 너덜너덜해 보였고, 화장실은 들어가기도 싫을 정도로 누런 세면대에 욕조를 뜯어낸 자리엔 아무렇게나 타일을 발라놓았다. 그나마 괜찮아 보인 베란다는 작은 평수에 비해 쓸데없이 넓어 보였다.


실망이 가득한 내 표정을 본 것인지 공인중개사는 같은 단지의 다른 집을 보러 가자고 했다. 두 번째 집은 급매는 아니지만 3년 전에 올수리를 한 집이라 앞서 본 집과 동일한 평수임에도 훨씬 넓어 보이고 깔끔했다.


임장이 끝난 후 근처 편의시설을 둘러봤다. 큰 공원과 작은 공원도 모두 가까운 곳에 있었고, 차로 3분 걸어서 10분 거리에 대형마트와 각종 프랜차이즈 카페, 식당, 쇼핑몰이 모여있는 번화가가 있었다. 남편 출퇴근 거리도 가까웠다. 아파트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한방에 갈 수 있고 소요시간도 25분 정도로 짧았다.




남편과 임장 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원하는 신혼집의 우선순위를 다시 떠올려봤다.

1순위) 출퇴근 시간이 길지 않고 교통이 편리할 것2순위) 최소 방이 2개 이상일 것
3순위) 번화가와 멀지 않으면서 집 주변은 조용할 것
+ 기타) 강아지와 산책할 공원이 근처에 있을 것


이 우선순위라면 이번에 봤던 집이 우리가 가진 예산에서 최선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집을 구하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는 것은 들었지만, 부동산도 임장도 여러 번 다니면서 처음 받아보는 대출과 혼수 준비, 돈 계산까지 해야 하다 보니 사실 더 알아볼 체력과 정신도 없었던 것 같다.


30년간 수리 안 된 급매 vs 올수리 된 집

사실 이 두 집 중엔 고민 없이 급매로 나온 집으로 결정했다. 떼어본 등기상 하자도 없었고 시세와 비교했을 때 올수리된 집은 터무니없이 가격이 높았다.

올수리되었다 하더라도 내 맘에 쏙 드는 인테리어는 아니였고, 이왕 신혼집으로 살 거 내 맘대로 꾸미고 싶었다. 평수로 대략 계산해보니 인테리어 비용은 3천만원 안팎이라 수리비를 감안해도 급매 집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계약을 하기 전 혼자 방문했을 때 미처 체크하지 못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남편과 한 번 더 방문을 했다.

-주방, 화장실 수압 체크 및 세면대 물과 변기물 동시에 내려보기
-천장, 바닥, 구석 벽면에 곰팡이나 누수 흔적 확인하기
-세탁실, 베란다, 주방 배수 확인하기
-화장실, 베란다 타일 크랙 확인하기
-햇빛 방향 확인하기
-샤시 이중창 여부 확인하기


*급매물 필수 체크사항

1) 매물이 나온 기간 확인

절대 가격에 현혹되지 말 것. 오랜 시간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매물의 경우 가격이 낮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집은 2주 전에 나온 매물이었고 급매임에도 시세와 큰 차이 없는 가격이었다.


2) 계약 전 등기부등본 추가 체크

그전에도 확인하긴 했지만 등기라는 것은 언제든 변동사항이 있을 수 있기에 계약 전 추가 체크는 필수이다. 소유자와 계약자가 동일한지, 담보 대출금 또는 저당 등 특이사항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몇 달을 알아본 신혼집 계약을 드디어 하게 됐다. 적은 액수의 가계약금이었음에도 내게는 처음 누군가에게 보내는 큰돈이라 손을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가뜩이나 첫 부동산 매매라 잘하고 있는 건지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기존 집주인이 공동명의에 이혼을 하셔서 돈을 반반씩 보내드려야 했다..)


'급매물은 무조건 피하라'라는 말들도 있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나처럼 부린이라면,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최대한 많은 블로그, 유튜브를 보며 다양한 의견들을 섭렵하길 추천한다.


다음편) 집값 외에도 나갈 돈은 수두룩 빽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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