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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Sep 19. 2023

부동산에서 치욕을 느낀 적이 있나요?

Part2. 첫 부동산 방문부터 임장까지

앞서 집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봐야 할

-지역 정하기, 주택 종류와 계약 종류 정하기, 예산 파악하기

이 3가지를 정하고 난 후 드디어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직방, 네이버부동산 등 어플과 인터넷을 번갈아가며 우리가 원하는 지역, 예산에 맞춰 몇몇 개의 후보지들을 정해나갔다. 연식은 어느 정도인지, 주변 인프라는 어떤지, 최근 거래내역은 어떤지,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리뷰는 어떠한지 찾아보았다.




초품아입니다.
급매입니다.



응? 초품아? 급매?

가뜩이나 부동산 용어들도 생소한데 매물 소개에 적혀있는 이 단어들을 보고 벙쪘던 기억이 난다.


초품아 :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
아파트와 바로 붙어 있으면서 초등학교와 아파트 사이에 차로가 없는 아파트. (대부분 대단지 아파트)

학교와 붙어있기 때문에 시세가 주변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으며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고 추후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다면 더더욱 좋을 곳이다.


급매는 말 그대로 급히 매매하는 매물. 다양한 사유로 급매를 하겠지만 대부분의 블로그, 유튜브에서는 하자의 가능성을 이유로 추천하지 않았다.



몇 개 마음에 드는 매물을 보유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방문 약속을 잡았다. 혹시나 나의 무지함이 들통나 불리한 계약을 하게 될까 봐 가기 전 여러 유튜브 영상을 정독했다. (뒤에서 말할 테지만 뽀록나는 건 금방이었다..)



첫 번째 매물 : 이것은 빌라인가 아파트인가


처음 방문했던 곳은 내가 알아봤던 곳이 아닌 부동산 추천 매물이었다. 분명 중개사분의 차를 타기 전까진 내가 고른 후보지를 방문하기로 했었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차피 가는 길이니 한 번 보라고 차를 세우셨다.


아파트 단지라고 하기엔 3개 동 밖에 없었고, 아파트라고 하기엔 층수가 낮고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곳이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낮임에도 불을 켜고 지내는 것을 보고 이 집은 바로 패스. 건물 바로 앞에 빌라가 있어 채광이 영 꽝이어서 더 볼 필요가 없었다.



두 번째 매물 : (마음에 쏙 들었던) 아파트


인터넷상에서 가장 맘에 드는 집이었고 이 집을 보기 위해 이 부동산을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0년 안팎의 연식에, 지하철역과는 거리는 조금 있지만 버스 정류장이 가까웠고 방 3개, 화장실 2개를 가졌으며 거실이 넓고 채광이 좋아 보였다.


사실 방문해서도 내 눈엔 흠이랄 게 없었다. 미취학 아이 2명을 포함한 4명이 살고 있는 집이라 짐이 많음에도 집이 널찍했고 리모델링을 한 지 얼마 안 되어 전반적으로 깔끔했다. '이 방은 내 재택근무방, 이 방은 안방, 이 방은 옷방 하면 되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외에도 후보지로 생각했던 두어 곳을 더 둘러본 후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가격. 리모델링을 이유로 주변 다른 매물보단 가격이 좀 높았고, 우리가 생각한 예산보단 살짝 오버된 액수였다.


"어느 정도 원하시는데요? 최대한 두 분 예산에 맞춰서 제가 주인분께 말 한 번 해볼게요."

3천만 원 낮은 액수를 말씀드렸다. 그 정도까진 보통 힘들고 최대한 설득해서 1,500만 원을 깎아보시겠다며 전화를 거셨다. 전화를 받은 와이프분은 남편과 상의해 보겠다며 끊었고 잠시 대기하는 상황이었다.


"예산이 어느 정도세요? 이 집은 대출이 안 나와서 최대한 더 끌어오셔야 될 텐데."

응? 대출이 안된다니? 갖고 있는 돈에 대출, 부모님께 받을 도움을 합친 예산보다도 높은 액수의 집인데 대출이 안된다니?


"이 집은 나홀로아파트라 주택대출이 안 나와요. 진작 말씀하시지.."

나홀로아파트 라는 것도 방금 처음 들었거니와 이 집이 나홀로아파트인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갑자기 싹 바뀐 공인중개사분의 태도에 당황스러웠다. 좀 전까지 그렇게 친절하시던 분의 말투와 표정이 다른 사람 같았다. 마침 남편과 상의해 보겠다던 집주인분에게 전화가 왔다.


"네네, 안 알아봐 주셔도 되셔요. 이 분들 예산이 안되시네요. 아뇨 깎아도 안 될 정도로 없으세요. 이 분들은 보내고 다른 분들 오시면 또 연락드릴게요."

이게 무슨.. 내가 없는 자리도 아니고 떡하니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 면전 앞에서 저렇게 말하다니..  남편을 보니 아무렇지 않아 하길래 정말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기분이 너무 나쁘고 더 이상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아 대충 인사를 한 후 부동산을 나왔다. 알고 보니 남편은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못 들었단다. 부동산 아줌마가 한 말을 남편한테 해주다 보니 너무 치욕스러워서 결국 눈물이 터졌다.

"우리 보고 돈 없다고, 이 사람들 돈 없는데 깎아달라 한 거라고. 주인한테. 흐에엥~~"


세상 처음 겪어본 경험이었다. 내 말을 전해 듣고 차를 돌리려는 남편을 말렸다. 사실 맞는 말 아닌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눈만 높은 건 우리였다.



그렇게 첫 임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나홀로아파트 부터 찾아봤다.


나홀로아파트 : 한 개 동만 있는 아파트

ㄴ장점 : 보통 상업지역에 있어 편의성이 좋음, 역세권임에도 주변 다른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
ㄴ단점 : 거래량이 적어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음(느리게 오름), 그래서 쉽게 팔리지 않으며 관리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


쳇. 알아보고 나니 오히려 내가 거부다 땡큐다! 싶었다.

매매로 신혼집을 구하기로 결정한 만큼, 나홀로아파트의 단점은 컸고 무엇보다 시세파악이 어려워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에겐 큰 단점이었다.


처음 다녀온 부동산 임장, 처음 겪어본 치욕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았다. 우리 분수에 맞지 않게 눈이 높았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



다음편) Part3. 급매 계약을 결심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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