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나의 어린 간을 무한 신뢰하며 친구들과의 술약속을 즐겼고, 그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술자리를 싫어했다.
"넌 왜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 해?"
-"넌 왜 내가 좋아하는 걸 못하게 해?"
싸울 때면 늘 본인 생각을 어필하기 바빴고 그 싸움의 끝은 항상 내 통화종료 버튼이었다.
화가 날 때면 눈물부터 나는 성격에다, 감정적일 때 스스로 말이 잘 정리되지 않는 게 싫어서 항상 전화를 끊으며 그 자리를 피했다.
초반의 남편은 나의 그런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싸움이라고 해서 소리지르며 싸우는 것도 아니건만 왜
그 자리를 피하는지, 서로의 의견을 차분히 들으며 왜 맞춰가지 않는 건지 의아해했다.
난 싸움에도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고, 그 시간에 감정을 컴다운 시키며 생각을 정리하는 타입이다보니
대화로 그 자리에서 바로 푸는 성향의 남편은 그런 나를 이해를 못 할 수 밖에.
10년의 연애기간 덕에조화로워진걸까
그는 나를 최소 10분 이상 기다려줬고, 나는 그 시간에 전보다 더 빠르게 내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게 됐다.
하지만 사실 얼마 전만 해도 내가 조금 더 양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추스리는 것도,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세탁기 시간처럼 정해진 시간이 없으니 내가 맞춰주는 게 더 많다고 내심 생각해왔다.
그 기다리는 10분이 너무 괴로웠어.
얼마 전 남편과 치맥을 하다 처음으로 그의 속마음을 듣게 되었다. 그는 그 침묵의 시간 동안 불안정한 마음을 다스리며 내게서 나올 말들이 불안했고 내 표정이 계속해서 신경쓰이는.. 그 모든 시간이 불편했던 것.
난 나만 생각했구나. 기다리는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당연하게 기다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었구나..
그 날이 지나고 마침(?) 얼마 지나지 않아 살짝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숨을 천천히 크게 쉬니 감정이 조금은 가라앉았고 처음으로 바로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그는 기다렸단 듯 차분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귀담아 듣는 남편을 보니 오잉? 자연스레 욱했던 감정이 사그라든다. 선생각 후대화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도 동시에 정리가 되다니.
스스로 조금은 어색했지만 썩 참을 만한 느낌이었다.
왜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왜 꼭 싸울 땐 '나'만 생각하게 되는 걸까. 무엇 때문에 싸우는 지, 왜 싸우는 지 보다 '어떻게 잘'싸우는 지가 중요한 것을.
말 할 때 조금은 감정적이면 어떠리, 뒤죽박죽 말이 섞이면 좀 어떠리. 그간 내 체면만 생각했던 것이 아니였나 쓰다보니 이것은 나의 반성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