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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캐스트 Oct 05. 2023

대출을 받아본 적 있나요?

Part5. 삐빅 이 집의 주인은 은행입니다.

떨리는 신혼집 계약을 마친 후 두 번째 큰 산, 대출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대출은 필수였고, 첫 대출이어서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은 퇴근 후엔 대출 알아보는 데에 쏟았다.



1) 대출 조건 알아보기

정부지원 대출 : 디딤돌대출 (금리 낮음, 신혼부부 또는 생애첫주택), 보금자리론
은행대출 : 금리 높음 (긴말 않겠다..)

생애첫주택, 무주택세대주, 신혼부부, 2자녀 이상이라면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일 경우 직전 연도 총소득이 7천만 원 이하, 세대원이 아닌 세대주이면서 무주택자이어야 가능하다. 주택가격은 5억 이하, 대출 한도는 LTV 70%, 최대 2억 가능하며 금리는 2~4%이다.


LTV 70%란, 주택 시세가에 최대 7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내가 매수하는 가격이 아니라 시세 기준이라는 것이다. KB부동산에서 지역, 거래현황 등을 종합하여 주 단위로 주택의 시세를 공표하는데, 실제 매매가와는 차이가 날 수 있어 자금 조달 계획이 틀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약한 매물의 가격은 5억이지만 KB부동산 시세는 4억으로 책정됐다면 대출가능한 최대한도는 4억의 70%인 2.8억이 된다. (나머지 2.2억은 내가 준비해야 한다는 뜻) 우리 집은 시세와 매도가가 차이가 없어 다행이었다.


남편이 작년에 이직 시험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만 간간히 한 덕에 직전 연도 소득요건은 충족되었으나, 문제는 '무주택세대주'였다.

소유한 주택이 없으면서 세대주라니.. 우리 둘 다 집은 없으나 세대주인 부모님 아래에 속한 세대원이라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남편은 자취 중이었음에도 집주인이 특약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어두어 세대주 분리가 안 되어 있는 상태였다.

은행 대출은 금리가 어마무시하여 우리 사정엔 디딤돌대출이 제일 적합한 상황이라 결국 상의한 끝에 내가 잠시 분가를 하기로 했다. 아는 분의 월세방을 계약하고 전입신고를 통해 세대를 분리해 두었다.




2) 대출 신청하기

디딤돌대출 신청, 심사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대출 실행은 은행에서.


조건은 맞췄으나 여기서부터는 완전 우당탕탕이였다. 블로그들마다 설명이 좀 달랐고 그나마 친절하게 써놓은 블로그 글에 따라 매매 지역의 주거래은행에 준비해야 할 서류를 들고 방문했다.


"디딤돌대출받으러 왔는데요." (대출밖에 모르는 바보)


신청도 없이 달랑 서류만 들고 온 나를 황당하게 쳐다본 은행 직원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은행부터 온 내가 가여웠는지 마치 친언니 마냥 신청절차와 주의해야 할 팁들을 친절히 알려주셨다.


우선, 디딤돌대출의 신청과 심사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담당한다. 따로 방문할 필요 없이 어플을 다운받으면 필요 서류도 파일첨부 기능으로 추가할 수 있으며 등본 등 기본 서류들은 자동으로 조회 및 첨부가 된다. (세상 참 좋아졌어..)


신청 전 상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 원리금을 만기일까지 동일하게 상환하는 방식
-원금 균등분할 상환 : 원금은 매월 동일, 남은 원금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
-체증식 상환 : 만기까지 상환금이 점점 증가하는 방식(원금 증가)

많은 글들을 보며 우리에게 적합한 것은 체증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1)신혼이라 결혼 초에 나갈 돈이 많았고 현재 둘 다 안정적인 직장으로 2)앞으로 연봉이 늘어날 기대와 3)만기일 전에 이 집을 팔고 더 넓은 집에 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신청부터 심사까지 오래는 40일까지도 걸렸다는 후기를 봤기에 잔금을 치르기로 한 날짜보다 한 달 전에 신청을 진행했다. 신청 후 간단한 확인 전화가 왔었고 신청한 지 열흘 후에 심사가 완료된 것을 확인했다.




3) 대출 실행 - 은행 방문하기

은행 방문 전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준비하기
연륜 있는 은행 직원과 상담하기

대출심사가 완료된 후 은행에 필요 서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를 갖고 방문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인감증명서는 거주지의 동사무소 방문시에만 발급이 가능하다.)


번호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며 이왕이면 경험이 많을 것 같은 분께 받고 싶었는데, 내 번호판이 켜진 건 앳되보이는 직원 자리였다. 그때부터였을까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은...


담당 직원이 서류를 검토하며 중간중간 옆자리 상사 같은 분께 질문을 하러 왔다 갔다를 네 번 정도 한 것 같다. 뭐 그래도 설마 은행 직원이 실수를 하겠어.


했다 실수를. 은행 직원이. 나에게.

은행 방문까지 마치고 이제 다 됐구나 한숨 돌리던 다음날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정말 죄송하지만 도장을 찍어야 할 서류가 하나 더 있는데 누락이 되어서요, 다시 방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가까운 곳이면 모를까 본가에서 1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였고 무엇보다 은행을 방문하려면 최소 반차를 써야 했다. 가뜩이나 집 계약 일정과 이후 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남은 연차를 빠듯하게 갖고 있었는데 소중한 반차를 써야 하다니.. (분노1)

더 황당한 건 실수한 그 직원은 내가 방문한 날 연차란다. (분노2) 인수인계도 없던 것인지 다른 직원이 내가 방문한 사유를 듣고 한참을 실수한 직원 자리에서 서류를 뒤적였다. 대신 사과를 하는 모습에 이 일련의 과정에 헛웃음이 나와 제대로만 처리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4) 대출 실행 - 잔금일


드디어 소유권이 우리에게 오는 잔금일이 왔다. 은행은 계약서의 부동산에 연락하여 잔금 약속 시간을 확인하고 계약에 이상 없는 것이 확인되면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였다.


전주인, 우리 부부, 공인중개사, 부동산측 법무사, 은행측 법무사가 한 책상에 모였다. 법무사가 각종 서류를 확인하실 동안 우리는 등기와 그 달의 관리비 정산 내역 등을 확인했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은행측 법무사가  은행에 연락하여 실행 명령을 내렸다. 5분도 안되어 전주인들은 들어온 잔금액수를 확인했고 우리 부부에게 예쁘게 잘 살으라는 덕담과 함께 쿨하게 자리를 뜨셨다.




법무사는 등기를 진행하러, 중개사는 다음 손님을 맞이하러, 전주인은 두둑한 통장을 확인하러 다들 떠나는데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 잠깐 사고가 멈춰있었다.

이제 끝인 건가? 이게 이제 우리 집이야??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감정을 갖고 짐이 모두 빠진 휑한 '우리 집'에 가보았다. '와 이게 사람 사는 집 맞나'

짐이 빠지니 더 넓어진 건 맞는데 신혼집이라기보다는 시골 할머니댁에 온 느낌..

자 이제 남은 건 인테리어다!


다음편) 이 집에 살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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