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기영어 Jan 20. 2020

우리에게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든지. 

      

고양이 그리고 물결. 2018



독일 교환학생 초창기 때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느꼈다. 날씨는 우중충하기 그지없고 아는 이는 하나 없었다. 그저 노트북과 하루를 보내기 일쑤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임을 만들었다. 교환학생들이 보는 그룹 채팅 창에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광고를 내었고 총 3명의 인도, 그리스, 오스트리아 친구들에게 정기적으로 수요일 날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1시간은 한국어로, 1시간은 영어로 내가 준비한 주제를 발표한다. 영어 시간은 그냥 수다를 떠는 게 좀 더 정확하다.      


모임을 만든 이야기는 각설하고, 그 모임으로 인해서 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 말하고 싶다. 처음에는 과제와 겹치는 날이거나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힘에 부칠 때는 내가 왜 이런 걸 만들어서 사서 고생하는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이 커뮤니티가 나에게 주는 활력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나 그들과 점점 친해지면서 나의 마음을 터놓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더  이상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는 학생이 아니라 이 먼 타지인 독일의 삶을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특히나 그렇게 된 계기는 서로가 가식 없이 솔직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이다. 원래는 평범하게 내가 준비한 기사문을 읽고 평가받는 식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주도한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서로의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토론의 장이 되었다. 책 Love factually를 통해서 각자의 애착 형성 스타일에 관해 물어보고, 동양과 서양 간의 관점에 대한 토론이 오고 가고, 남자와 여자 문제, 더 나아가 예민한 개인적 문제들까지 터놓는 장이 되었다.     


설령 아무리 타인이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 줄 수 없을지언정 소중한 이들에 감정을 터놓고 공유해 나아가는 과정 속 난 나의 감정과 생각이 명확해 짐을 느꼈다. 스스로조차 알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들과 소통을 통해서 구체화된다.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인이 나를 모른다는 전제를 깔고 나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내가 겪은 경험을 구체화시켜 설명한다. 갖은 형용사들로 감칠맛을 내어 내 감정을 전달한다. 말하는 것뿐일까?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상황과 대입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상상하기까지 한다. 그 과정이 즉 나를 명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이다.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놀랐다. 그렇다. 타인과의 소통, 즉 타인을 알아 감은 내가 어떠한 인간인지 알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나냐에 따라 이 전제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종종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알게 모르게 겪어야 하는 대인관계 문제로 인해서 그저 혼자서 있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야 함은 변함이 없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우린 좋은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상처 받고 울상을 지을 일은 분명 있겠지만 그 위험을 다 떠안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이유는 없다.  

작가의 이전글 독서모임6-죽음의 수용소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