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기영어 Jan 16. 2019

광장시장 1500원짜리 토스트

광장시장에서 먹은 토스트 하나. 

2019년 1월 초 광장시장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광장시장 한복판에 들어서자 빽빽하다 못해 차곡차곡 쌓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노인, 아이, 커플, 알록달록한 군것질거리, 분주히 무언가를 먹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까지, 온갖것이 모여있다. 거기서 난 1500원 토스트를 사 먹었다. 그 가게의 주인은 젊은 여성이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버터위에 토스트를 올리고 달걀과 야채를 저어 완벽한 원에 가까운 계란후라이를 만들어냈다. 그 손놀림을 보고 있다가 문득 생각났다. 과연 저기서 하루에 몇백개에 가까운 1500원 토스트를 굽는 저 여성과 지금 그걸 바라보고 있는 나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간단히 말해 토스트를 굽고 있는 저 여성이 더욱더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바가 많지 않을까 싶었다. 소위 어느 물건이 더 가치 있는지 희소성에 대해 따지는 것처럼. 저 젊은 토스트가게 여성이 사회적 영향력으로 본다며 나보다 훨씬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우연치 않게 학생 신분으로 돌아와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와, 저 바삐 움직이며 자신이 만들어 내는 재화를 파는 사람. 만약 훗날 대학을 졸업해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며 경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잠재적 가치는 내가 큰 것일까. 숫자로 모든 것을 판단 할 수 없으니 무의미한 생각일까.  


 분명한 건 사회에서는 길거리장사를 하는 신분과 대학을 다니는 학생 신분 간의 인식의 차이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저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더 낮게 평가되는 이유는 필시 반복적인 육체적 노동이 멸시되기 때문이다. 설령 실질적 가치는 이러한 반복적 노동에서 나오는 것이 크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반복적인 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의 시선을 돌리자 토스트를 파는 일이 생각처럼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나도 집에서 재료만 있다면 계란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 나에게도 토스를 만들 재능과 능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토스트집 여성은 자신의 노하우와 상품을 팔기위해 추운 겨울날 사람이 많은 시장 입구에 터를 잡았다.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토스트를 팔기위해 광장시장이라는 좋은 자리를 잡았다. 분명 자릿값도 내었을 것이며 그 자리 몫을 얻기 위해 수많은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내에 시간을 견뎌내어 좋은 목을 선점해 자신의 재능을 통해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다. 놀랍다. 놀라운 사람들로 시장은 가득했다. 


 1500원 짜리 토스트가 내 뱃속에서 소화되고 있다. 덕분에 배고픔을 이겨내고 난 이 글을 쓰고 있다. 확실히 토스트가 내게 기여한 바는 물질적이고 명확하다. 내게 에너지를 주었으며 만족감을 선사해 주었다. 그렇다면 1500원짜리 토스트를 먹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타인의 만족감을 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인터넷상에 올리고 누군가에게 만족감을 주고 교훈을 준다면 이야기를 달라진다. 타인에게 비물질적이지만 정신적 만족감을 준다. 이는 곧 재화이다.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저 1500원짜리 토스트처럼


 내게 재능이 있다. 글을 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 재능을 통해 타인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값어치 있는 재화로서 팔기 위해서는 계란토스트집과 같은 일렬의 과정이 필요하다. 내 재능을 널리 알려야 하며 질 좋은 상품을 팔아야한다. 음식 맛이 좋은 것과 같이 나의 작품 또한 질이 좋아야한다. 내 재화를 구매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돈의 값어치에 상응하는 만족감을 주어야한다. 그것도 정신적으로 깊은 만족감을 주어야한다. 배고픈 사람이 밥을 먹듯이 정신적 만족감을 원하는 사람이 그림을 사고 글을 읽는다.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사실이 가치가 있다. 우리의 각자의 재능이 저 길거리에 팔리는 토스트처럼 그 가치를 최대한으로 이끌어 냈을 때 나의 가치, 사회의 가치가 최대가 된다. 숨이 턱 막히는 어려운 자유시장의 논리가 아니다. 개인적 차원의 최대의 가능성과 최선의 행동이 이루어졌을 때 개인이 만들어낸 재화는 시장을 형성하고 가치는 돌고 돈다. 사회는 발전하며 개인은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다.


새해가 되었고 언제나 그렇듯이 다짐했다. 1500원 토스트의 교훈을 얻었으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성실히 내가 해야 될 일을 하겠다고. 하지만 역시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간이 늦었지만 교정을 하고 글을 올린다. 조금이나마 저 토스트집 아가씨의 모습을 본받기 위해.


2019/01/13
#오늘의생각 #글쓰기 #작문연습 #광장시장 #토스트 #음식 #장사

작가의 이전글 28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