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기영어 Jan 16. 2019

28살

올해 2019년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그만두려 했던 학교에 돌아온 지 1년이 좀 넘었다. 약간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나아가지 못했던 시기가 엊그제 같은데 나이의 나이테가 겹쳐지면 겹쳐질수록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앞에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지만 내 주름도 쌓여가고 있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그렇게 올해 28살이 된 올해 나무가 계절에 따라 모습을 변화하듯이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이것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인지 경험이 쌓여 꼰대가 되는 과정이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난이 변화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나, 아침마다 세수하고 거울을 보면 차근차근,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내 모습에서 묘한 기분이 든다. 그 변화와 경험이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 것을 헤아리기 어렵다.


26 살에 학교 돌아가는 것은 큰 문제였었다. 두려움이었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학교에 돌아간다는 부담감과 내가 만들어낸 현실의 문제들을 맞닥뜨리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껄끄러웠다. 고통스럽게 책임을 지는 것이 영 불편했다. 또한, 원하던 이상을 부여잡고 놔줄 수가 없었던 것도 한몫을 했다. 특히나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 쌓아야 한다는 것과 학교에서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할지가 문제였다. 허무하게도, 학교에 복학하자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타인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 다들 자기에게 주어진 일과 삶에 집중하느라 나의 나이와 행동은 타인에게 그저 찰나에 불과했다. 마치 조별 발표 PPT 발표 시간과 같았다. 바지를 내리고 춤을 추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타인의 발표에 신경 쓰지 않는 것과 같았다. 또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란 말처럼, 나의 모습과 나이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한낱 작은 정보에 불과했다. 이를 알게 되자 학교생활이 수월했다. 나의 의견을 말하고 타인의 눈을 응시하는데 거침이 없어졌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내가 아니라, 내 눈에 비친 타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가장 큰 변화였다.  


육체적인 면에서는 이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온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물품을 사기전 성분표를 보는 일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항상 달고 다니던 위염을 고치고자 저녁 9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도 않는다. 유난 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위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아는 일이 비일비재 하자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혹은 지옥 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내 모든 행동과 언행 그리고 먹는 것 하나하나가 문제가 되었다. 위에 부담을 주는 우유를 일절 마시지 않고 주 4일 정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행동이 바뀌자 몸의 변화는 확연했다. 밤에 배고픔 때문에 잠들 기가 종종 어려웠지만, 소화불량으로 인해 온몸이 쑤시고 뇌를 좀먹는 것과 같은 증상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내 육체와의 대화를 소홀히 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소화가 되지 않아 배에서 텅 빈 물소리 가득할 때, 오히려 이것 하나 소화하지 못하는 위에 대한 분노로 인해 무엇인가를 먹었다. “어디 한번 먹어봐라. 누가 이기나 보자” 내 위가 나의 일부 이것만 복수심에 나에게 보복을 하다니 다시 생각해봐도 어처구니없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몇몇 변화가 생겼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제 점차 새로운 것 보고 놀라워하는 시절은 저물고 조금씩 익숙하고 경험했던 일들로부터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과정인 거 같다. 이는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자 내 행동에 일부가 되었다.


#글쓰기 #에세이 #공부 #수필 #글쓰기 #나이 #학교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