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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Feb 04. 2020

거절이 무서워. 넌 안 무섭니?

응 무서워. 


프랑스 친구를 만났는데 그 이유가 참으로 기가 막힌다. 정확하게 3개월 동안 5번 만나자고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 만나기로 했던 약속에 1달 전쯤에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깨진 것을 제외하고 내가 4번을 거절했는데 엊그저께 다시 연락이 온 것이다.


솔직히 그다지 싫어하지도 그렇다고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꾸준히 연락이 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과 우연히 시간이 비어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그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보통 남녀 관계를 떠나서 사람이 4번씩이나 거절을 하면 보통 상처를 받거나 이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하면서 실망하기 마련인데. 그 친구를 그렇지 않았다. 얼마나 대단한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것도 눈치껏 1-2주일에 한 번씩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은 간격을 문자를 보내왔기에 예의 또한 지킬 줄 알았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물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4~5번의 거절이면 상처 받거나 포기하기 마련인데 어째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혹시 이성에게도 똑같이 그러는지도 당연히 물었다. "그야, 네가 말했었잖아 바쁘다고, 난 그 말을 믿었고 어련히 사람들 각자의 사정이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만나자고 문자를 보내면 상대방이 귀찮아하는 것을 아니까 적당한 간격을 두고 보내. 관심 있는 여자한테도 마찬가지고. 특히 이성한테는 내가 너를 잊지 않고 관심 있어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최소 3-4번 문자를 보내 그러고 안되면 마는 거지 뭐“     


뭔 자신감일까? 뭐 하는 놈이지 싶었다. 이 근본 없는 자신감으로 인해 인물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또한, 난 진짜 그냥 그 친구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저 바빠서 만날 수 없었다. 이 친구는 거절당하는 것에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대인공포증 (Social anxiety disorder)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타인으로부터 평가당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한다. 또한, 자신이 남들에게 모욕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특히나 지레 겁을 먹고 최악의 상황을 예상한다. 이에 심리학적 치료 방법은 자기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을 재현하면서 그 상황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한다.     


개인적으로 친구든, 이성이든 약속을 만들거나 어디를 가자고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편이다. 거절당할 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기에 그 거부감이 극에 달한다. 그래서 이를 치료하고자 아는 동생과 그리고 이 친구에게 약속했다. "10번, 딱 10번 거절당해 볼게." 그래서 오늘 당장에 실천했다. 근래에 안면을 튼 독일 친구에게 뭐하냐 물어봤고 시험 기간이라 바쁘다는 거절의 메시지를 받았다. 좀 따끔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 바보 같이 시도하고 거절당해도 죽지 않는다. 또한, 진짜 상대방이 바쁘다 믿어 버리면 그만이다.   


낙서 1. 2018



   

참고.

https://www.mayoclinic.org/diseases-conditions/social-anxiety-disorder/diagnosis-treatment/drc-20353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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