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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Mar 25. 2020

일을 미루는 방법.

일을 미루는 방법은 너무 쉬워.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썩 하기가 내키지 않는다. 하루에 30분씩 하나의 주제를 잡고 영문과 한글로 글을 쓰고자 다짐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써내어 내고 있고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겠지만 이 글 하나를 쓰기 위해서 대략 20분의 준비가 필요했다. 말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조명은 너무 어두운 것 같아서 방안에 여분의 조명을 가져오고 시간을 잘 못 지킬 것 같아서 타이머를 꺼냈으며 다른 이들의 영감이나 받아 볼까 하다가 페이스북 글들을 읽다가 결국에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확인하고 코로나 확진자까지 검색하고 나니 20분이 지나 있었다. 이게 나의 미루는 버릇 즉 이성적으로 나를 제어하는 것이 문제라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나의 감정이 문제였다. 내 감정은 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계속해서 가로막는 것일까?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감당해야 할 일들 그리고 그 일로부터 받게 될 평가와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등이 개인에게 닥쳐오고 이 불안감을 잠재우고자 임시방편으로 소위 딴짓을 하면서 그 불안감으로부터 일시적인 해방감을 얻는다. 너무 일시적이라 문제이지만 지금 받아야 하는 고통을 훗날로 미루는 것이 꽤 그럴듯한 묘수로 여겨지기에 우리는 일을 미루고 불안한 현재를 즐긴다. 하지만 이는 내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썩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이번 독일 교환학생에서 과제를 할 때 시간 배분과 더불어 내가 해내기에 버겁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나를 우울감에 빠지도록 하게 만들었다. 결국, 지레 겁을 먹고 일을 미루기 시작한 것이다.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갈아 넣듯이 부랴부랴 과제를 마쳤지만, 썩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얼마든지 이러한 결과가 오리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음에도 일을 이렇게나 미룬 나 자신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몇번이고 비슷 경험을 하고 중요한 일들을 미루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일을 미루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미루는 나 자신 또한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에는 훗날 지불해야 할 고통이 너무 크기에 더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방법은 우리 감정에 있다. 즉 이성적으로 나를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환경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동기가 필요하다.      


스웨덴 코로린스카 임상심리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을 일을 미루는 주된 원인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일로부터 얻게 되는 그 가치가 너무나 멀게 느껴지고, 일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우리가 해내고자 하는 일로부터 보상을 적절한 보상을 받고 일의 동기를 넣어 줄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부 계속. 

남자2, 드로잉 2019 Eungshin Kim.

                                             https://www.instagram.com/eungshin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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