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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Apr 14. 2020

무기력증.

그냥 하기 싫다. 


요즈음에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변명 아닌 변명이지만 학교 개강이 미루어지고 내게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과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무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냥 이 긴 시간을 혼자 집안에 처박혀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 몇 주 전에는 극에 달했지만, 그 고비를 넘겨 지금은 어떻게든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짧은 기간이지만 무기력증을 겪으면서 몇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정말 사람은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3-4번 교환학생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꼬박꼬박 운동까지 했었는데 그놈에 공허한 마음이 사람을 훑고 지나가자 사람의 중심이 흔들리고 삶의 목적성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한다. 특히나 증상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게 된다. 그저 혼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고민했다. 아니 그 고민하는 감정이 문제였다. '그냥 다 하기 싫다'에 그 그냥은 복잡한 문제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두리뭉실하게 그냥이라 정의 내린 것이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시간 대신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마 지금 상황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묵묵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이러한 무기력증에서 안전할 것이다. 또한, 안정된 커뮤니티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하던 톱니바퀴가 톡 하나 빠진 것처럼 바퀴가 허공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전까지 대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소속감에 젖어있다가 이제 그 소속감도 없을뿐더러 매주 반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사람과의 교류가 끊어지니 현실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 


왠지 또 생각해보면 다 변명인 것 같다. 나태해지고 책임으로 회피하고 싶기에 별의별 정신적인 이유를 들면서 합리화시킨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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